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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DB아이엔씨 '부동산' 매입, 지주비율 변동성 좌우

⑥860억 들여 삼성동 사옥 취득…총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 영향

박동우 기자  2024-07-23 16:15:05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올 들어 DB아이엔씨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86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을 인수한 대목이 방증한다. 300억원가량 대출을 받는 등 차입금 증가를 감수하면서 자산을 취득했다.

DB아이엔씨가 부동산 매입 목적으로 중장기 자산가치 제고를 거론한 가운데 자산 증대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과도 맞닿아 있어 주목을 받는다. 총자산 증가는 지주비율의 변동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주비율은 자산총계 대비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의 비중을 의미한다. 50%선 아래로 내려가면 법적 지주사에서 제외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만큼 DB아이엔씨의 자산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 모양새다.

◇창업주 일가 관련 '삼동흥산'과 매매계약, 차입증가 감수

DB아이엔씨는 올 3월에 858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잡은 빌딩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상대는 삼동흥산으로 그룹 창업주 일가와 연관성이 깊은 회사다. 1980년대 설립 초기에는 채석·광산 사업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서버, 개인용 컴퓨터(PC) 등의 IT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와 인력 파견업에 특화된 회사로 달라졌다.


삼동흥산의 대주주는 동곡사회복지재단으로 회사 주식의 18.2%(3만9996주)를 소유했다. 나머지 지분은 모두 삼동흥산이 자기주식으로 보유 중이다. 동곡사회복지재단은 1989년에 김준기 창업회장이 강원여객자동차, 강원흥업 등 강원도 권역 16개사의 주식 500억원어치를 출연하면서 발족한 재단법인이다.

DB아이엔씨는 보유한 현금성자산에 더해 금융기관에서 운전자금 대출을 실행해 확보한 자금으로 매매대금을 마련했다. 건물 매입에 필요한 금액을 조달하면서 총차입금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1915억원이던 전체 차입잔액이 석달 만에 15.2%(291억원) 불어난 2206억원으로 집계된 배경이다.


당시 취득한 빌딩은 1993년 5월에 준공된 지하 4층, 지상 7층 높이의 건물이다. 부지 면적은 1284.6㎡(388평), 연면적은 8308.2㎡(2513평)로 집계됐다. 1993년 5월에 준공됐는데 건폐율은 49.4%, 용적률은 285.3%로 나타났다. 'DB삼성동빌딩'으로 명명된 이 건물은 매입 전까지 DB아이엔씨가 건물 전체를 임차해 사용했다.

DB아이엔씨의 부동산 매입은 이례적이다. 최근 5년새 추이를 살피면 DB아이엔씨의 유형자산 규모가 10억~20억원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도 유형자산이 2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비품 장부금액이 25억원, 건물 장부가는 2억원에 불과했다.


◇'빌딩 확보' 지주비율 73→65%…50%선 내려가면 '지주 전환대상 제외'

DB아이엔씨는 올 상반기에 사옥을 매입한 목적으로 '중장기 자산가치 제고'와 '업무환경 안정성 확보'를 제시했다. 자산가치 향상을 거론하는 대목에 단연 관심이 쏠린다. 빌딩이 자리잡은 부지의 공시지가는 올 4월 말 기준으로 ㎡당 2587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 5월 말 1770만원과 견줘 5년새 46.2%(817만원) 올랐다. 서울 강남 상업지구에 자리잡은 만큼 부동산 평가 가치가 꾸준히 상승할 거라는 기대가 자산 취득으로 이어졌다.


삼성동 빌딩 매입을 계기로 DB아이엔씨의 재무상태에도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게 됐다. 올 3월 말 유형자산은 115억원으로 여기에는 사옥 매매를 하면서 지출한 계약금 87억원이 '건설 중인 자산' 취득분으로 분류됐다. 4월에 정식 취득한 만큼 잔금 771억원을 마저 인식하면 유형자산은 886억원으로 불어난다.

유형자산이 증대된 만큼 자산총계 역시 한층 늘어난다. 단순 합산을 하면 올 3월 말 6421억원이던 총자산은 7192억원으로 12%(771억원) 많아진다. 올해 DB아이엔씨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법적 지주사로 전환된다고 통보받으면서 자산 변동은 지주사 요건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변수로 부상했다. 지주비율의 수치 변화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비율은 자산총계 대비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의 비중을 의미하는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50%'를 넘어설 경우 지주사 전환 대상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다른 법적 요건인 별도기준 총자산 5000억원 이상을 충족하는 만큼 지주비율 변화가 DB아이엔씨 경영진에 한층 중요해진 모양새다.


올 3월 말 DB아이엔씨의 지주비율은 73.6%를 기록했다. 자산총계 6421억원에 소유한 자회사 지분가치 합산액이 4727억원으로 집계됐다. △DB하이텍(3608억원) △DB FIS(1004억원) △DB월드(113억원) △DB커뮤니케이션즈(2억원) 등 4개사에 대한 보유 주식 가치를 더한 금액이다.

이달 초 지분 매각을 계기로 DB월드가 자회사에서 제외된 점과 삼성동 사옥 매입 건을 감안해 지주비율을 새로 산정하면 8.4%포인트 하락한 65.2%로 나타난다. 앞으로 DB아이엔씨가 2200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추가 취득하면서 자회사 지분가액 변화가 미미하다면 지주비율은 50%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법적 지주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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