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창업주 일가의 회사인 DB인베스트가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보유주식 매각'을 명시했다. DB인베스트가 소유한 DB메탈 지분 처리에 나선다면 어느 계열사에서 떠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DB아이엔씨(Inc)가 사들이면 DB메탈에 대한 지분율이 기존 8%에서 36%까지 올라가게 된다. 올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을 통보받은 만큼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최소 50% 보유해야 하는 행위제한 요건에 걸린다. 이를 해소하려면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자금동원력 우위를 형성하는 DB하이텍이 DB메탈 지분을 떠안는 해법도 존재한다. 이 경우 DB메탈에 대한 보유지분은 28%에서 54%로 상승한다. 자연스레 지주의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최소 50% 확보해야 한다는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재무개선안 거론…DB하이텍, 자금동원력 우위 DB인베스트는 올 4월에 공시한 2023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을 기술했다. 누적 결손금이 3827억원인데다 순운전자본도 마이너스(-)207억원으로 나타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조달책을 적시했다. 특수관계자에게서 차입하는 동시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갖고 있는 투자자산은 DB메탈 지분 26.1%(4128만9748주)가 유일하다. 관심사는 DB메탈 주식을 어느 기업에서 매입하냐 여부로 향한다.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선택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미미하다. 엑시트(자금 회수) 국면에서 기업공개(IPO)를 모색해야 하는 등 사안이 한층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DB그룹 계열사가 사들이는 시나리오가 부상하는 배경이다. 올 5월 말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공시 기준으로 DB메탈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28.8%(4558만231주)를 보유한 DB하이텍이다. DB인베스트는 2대 주주이며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3대 주주(24.3%)로 이름을 올렸다. DB아이엔씨는 전체 주식의 8.7%를 가졌고 오너 일가의 또다른 개인회사 DB스탁인베스트도 소유 지분율이 7.2%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한국장외시장(K-OTC) 자료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으로 비상장사 DB메탈 종목의 시세는 800원, 시가총액은 1265억원이다. DB인베스트가 보유한 DB메탈 지분 26.1%를 환산할 경우 330억원이다. 계열사 가운데 DB스탁인베스트는 작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2900만원에 불과해 DB메탈 지분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
자금 동원력을 놓고 보면 단연 우위에 있는 곳은 DB하이텍이다. 올 3월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성자산(2588억원), 단기금융상품(1616억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4028억원) 등을 더한 가용 유동성이 8232억원이다. DB아이엔씨는 1분기 말 가용 유동성이 별도기준 132억원, 연결기준으로는 398억원에 그쳤다. 다만 이달 초 DB하이텍에 DB월드 지분 34%(548만5287주) 일체를 팔아 현금 494억원을 더 확보했다.
◇Inc, 추가 지분인수 부담…하이텍 '손자회사' 법적요건 충족 DB인베스트가 갖고 있던 DB메탈 주식 26.1%를 DB아이엔씨가 매입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DB아이엔씨가 소유한 DB메탈 지분은 기존 8.7%(1381만8530주)에서 34.9%(5510만8278주)로 대폭 상향한다. DB아이엔씨가 최대주주로 등극하고 DB메탈은 DB아이엔씨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뀐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DB아이엔씨는 DB메탈 지분 15.1% 이상을 더 사들여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올 5월에 공정위로부터 법적 지주회사 전환을 통보받으면서 2년 내 행위제한 위반사항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법 제18조 2항 2호에 따르면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 소유해야 한다. 결국 DB스탁인베스트나 DB하이텍으로부터 DB메탈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수밖에 없다.
지주사의 자금 부담을 감안하면 DB하이텍이 DB메탈 지분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앞서 2022년에도 DB하이텍은 DB메탈 주식 300만주(1.9%)를 17억원에 취득하면서 지분을 26.9%에서 28.8%로 끌어올렸다.
공정법상 지주사의 자회사는 비상장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DB인베스트가 보유한 DB메탈 주식을 사들이면 DB하이텍의 지분율은 54.9%(8686만9979주)로 상승한다. 지주사를 겨냥한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달 초에도 DB하이텍은 575억원을 투입해 골프장 운영사 DB월드 주식을 DB아이엔씨와 DB메탈로부터 사들였다. DB월드는 DB아이엔씨의 자회사를 벗어나 손자회사로 재편됐다. DB하이텍이 보유한 DB월드 지분율은 18.3%에서 57.9%로 올랐고 이는 공정법상 손자회사 지분 요건에 충분히 부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