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은 김준기 회장이 창업한 DB그룹의 핵심 주력사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작년에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대거 매집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KCGI는 큰 소득 없이 DB하이텍을 떠났지만 이사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남겼다. DB하이텍은 이사회 평가 대부분의 항목에서 평점 5점 만점에 3점대를 기록했다. 특히 구성,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등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평가개선 프로세스'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5개 항목 3점대 선방, '평가개선 프로세스' 유일한 1점대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DB하이텍은 255점 만점에 162점을 받았다.
DB하이텍은 6개 항목 중 5개에서 평점 5점 만점에 3점대를 획득할 정도로 선방했다. 가장 점수가 낮으면서 유일하게 1점대를 받은 항목은 이사회 '평가개선 프로세스'다. 평점 1.6점에 그쳤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의 7개 문항 중 5개에서 1점을 받으면서 점수가 크게 하락했다. 이는 이사회에 대한 평가가 미진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DB하이텍은 사외이사 활동에 관해 내부평가만 이뤄지고 있다. 또 개별 평가가 없고 평가 결과를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DB하이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통해 사외이사들의 역할과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선임 여부를 심의하고 결정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된 규정은 없어 관련 규정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다음으로 점수가 낮은 항목은 이사회 '참여도'다. 작년 이사회 구성원들의 회의 참석률은 전원 100%를 기록했다. 총 6개의 이사회 내 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는 점도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감사위원회, 경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다만 이사회 의안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구성원에 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DB하이텍은 작년 정기, 임시 이사회 모두 평균 기간이 1일에 불과했다. 사외이사에 정기적으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 사외이사 교육은 3월 29일에 한 차례 열렸다. 주제는 '반도체 산업의 현황, 미래 전망 등'이다.
◇구성·정보접근성·견제기능 '양호'…경영성과 '선전' DB하이텍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이사회 구성, 정보접근성, 견제기능이다. 3개 항목 모두 3.7점을 받았다.
우선 이사회 구성에서는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됐고 5개 이상의 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어 후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이뤄졌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매트릭스 BSM(Board Skills Matrix)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사회 지원조직이 별도로 운영되지 않는 점도 점수가 깎인 요인이다. 이사회와 관련된 업무 전반은 인사팀이 운영하되 이사회의 심의 내용에 따라 재무, 회계, 경영 관련 부서가 함께 지원하는 구조다.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는 주주환원정책을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시해 후한 점수를 받았다. DB하이텍은 2022년 사업연도부터 배당재원의 기준을 연결 당기순이익의 10%으로 배당정책을 수립했다. 작년 12월 28일에는 배당성향을 10%대에서 최대 20%까지 확대 운영, 자사주 취득율도 발행주식총수의 6.14%에서 15%까지 점진적 확대한다는 중장기(2023~2027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도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핵심지표 준수율은 80%다. 이사회와 개별 이사의 활동 내용을 공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견제기능에서는 9개 문항 중 5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의 적절한 마련,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구비, 내부거래에 관한 이사회 통제, 감사위원회가 독립적 사외이사로 구성됐는지 여부 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경영성과도 선전했다. 11개 문항 중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등에서 KRX 300 소속 비금융기업의 2023년도 평균치보다 우수했다.
경영성과 항목 중 부진했던 것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이다. PBR은 1.4배로 평균치인 2.38배를 크게 하회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배당수익률 역시 0.99%로 평균치(1.42%)보다 낮았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해 박한 점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