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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곳간 빈 DB아이엔씨, 자금유입 '계열사 의존'

⑤단기차입금 2000억…올해 지분처리 500억, 배당수취 150억 확보

박동우 기자  2024-07-22 14:30:3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DB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인 DB아이엔씨(DB Inc.)의 곳간이 비었다. 가용 현금이 100억원대에 불과한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2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행동주의펀드 KCGI 측에서 DB하이텍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여파가 컸다.

현금동원력이 취약한 가운데 DB아이엔씨는 계열사에 의존해 실탄을 수혈하고 있다. 최근 DB월드 지분을 DB하이텍에 넘기면서 5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확보했다. DB FIS, DB하이텍 등 계열사로부터 150억원 웃도는 배당을 받기도 했다.

◇하이텍 주식담보대출 '1200억' 변수

올 1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DB아이엔씨가 보유한 유동성은 132억원이다. 현금 120억원과 단기금융상품 12억원이 전부다. 지난해 말 1913억원과 견줘보면 불과 석달새 93.1%(1781억원) 줄어든 규모다. 2019년 이래 올해까지 5년여 동안 추이를 살피면 DB아이엔씨의 가용 자금은 2023년을 제외하고 100억원대에 머물렀다.


DB아이엔씨가 2023년에 현금 보유고를 갑작스레 늘렸던 건 행동주의펀드 KCGI로부터 DB하이텍 주식을 매입한 대목과 맞물렸다. 지난해 KCGI는 DB하이텍을 상대로 기업가치 향상 대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서한을 발송, 이사회 의사록 열람 가처분 소송 제기 등 주주 행동을 전개했다. 하반기 들어 갈등을 봉합하는 국면에서 DB아이엔씨가 KCGI 측 지분을 사들이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다.

2023년 12월 KCGI의 투자목적회사 캐로피홀딩스로부터 DB하이텍 지분 250만주를 사들이는데 1650억원이 필요했다. 앞서 같은해 상반기에 금융권에서 운전자금 대출을 받은 덕분에 여유자금이 약 450억원 존재했다. DB아이엔씨는 나머지 12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출 국면에서 DB아이엔씨는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12.4%(551만2783주) 일체를 담보로 설정했다. 한국증권금융에서 700억원을 빌리고 교보증권으로부터 300억원을 확보했다. 삼성증권에서 200억원도 차입했다. 만기 구성을 보면 한국증권금융 차입금에 대해서는 1년으로 설정했다. 교보증권은 3개월, 삼성증권은 6개월로 정했다.


블록딜(주식대량매매)을 계기로 DB아이엔씨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은 12.4%에서 18.7%(829만3783주)로 6.3%포인트 올랐다. 소유한 주식이 늘었지만 주식담보대출 원금 상환에 대응하는 과제가 놓였다. 담보비율이 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는 경우 차입금을 갚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DB아이엔씨는 증권사에 DB하이텍 주식 30만주를 추가로 맡겼다. 작년 12월 당시 주당 매입가는 6만6000원이었지만 올 들어 한때 DB하이텍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낮아지는 등 하락세를 시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담보유지비율 수치 등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5년간 FIS·하이텍에서 수령한 배당 800억

주식담보대출 여파로 DB아이엔씨 재무구조는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올 3월 말 총차입금이 22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 613억원의 3배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상환 만기가 1년 이내인 차입 잔액이 2105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95.4%를 차지한다. 2023년 3월 말 529억원 대비 4배 가깝게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앱·서버·데이터베이스(DB) 등 IT 아웃소싱 △화학·철강제품 무역 △DB 브랜드 상표권 사용료 수취 등의 본업 현금창출력은 약화되는 양상을 드러냈다. 올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3억원으로 전년동기 123억원과 견줘보면 73.2%(90억원)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72억원에서 153억원으로 43.8%(119억원) 줄었다.

DB아이엔씨는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달 초 골프장 운영사 DB월드 지분 34%(548만5287주)를 DB하이텍에 처분한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주식을 넘기며 DB하이텍에서 현금 494억원을 받았다.

배당 역시 DB아이엔씨의 핵심 자금 공급원으로 거론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여 동안 DB FIS와 DB하이텍에서 거둬들인 배당금이 821억원이다. DB FIS는 DB그룹 산하 금융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IT 용역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DB아이엔씨가 지분 일체를 갖고 있다.

단연 많은 배당을 수취했던 해가 2023년으로 당시 DB FIS 120억원, DB하이텍 72억원 등 192억원을 수령했다. 올 들어서는 152억원으로 나타났다. DB FIS에서 얻은 금액은 작년과 동일한 반면 DB하이텍으로부터 받은 배당이 55.6%(40억원) 줄어든 32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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