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현 DB그룹)은 1969년 건설업에 뛰어들며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중동에서 '오일 머니'를 벌어들이며 축적한 자금으로 보험, 철강, 금속, 화학, 반도체 등으로 사업 확장을 이어갔다. 한때 재계 서열이 13위(2005년 기준)까지 올랐던 적도 있다.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도체와 철강 부문 업황 악화,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이 겹치며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동부그룹은 2013년 3조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9년까지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들의 매각이 이어졌다.
해당 콘텐트는 2013년 자구계획 발표부터 2019년 동부제철 매각까지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둘러싼 주요 사건을 다룬다.
2.2.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선정펼쳐보기 접기
2013년 6월에 금융감독원은 동부그룹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했다. 재약정을 맺어 3년 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을 받기로 했다. 계열사 차입금 증가, 동부메탈 지분 매각 및 증자 등 요구사항 불이행, 부채비율의 획기적 개선 미흡 등이 약정을 다시 체결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2.3. '동양사태' 계기 동부그룹 위기설 대두펼쳐보기 접기
2013년 9월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하자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다른 기업집단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9월 24일 한국기업평가는 '동부그룹 현황과 주요 모니터링 요소'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그룹 전반적인 신용도가 높지 않은 수준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단기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계열사간 지원 여력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개별 업체별 실적 저하, 재무 부담 가중이 지속될 경우 그룹 전반적인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2.5. 산업은행,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지원펼쳐보기 접기
2013년 10월 동부제철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했다. 2013년 12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050억원의 자체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산업은행이 총액의 80%인 840억원를 인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1월 19일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주단이 신속인수 승인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차환발행심사위원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돌연 취소하고 서면 결의를 진행했다.
신용보증기금이 동부제철의 자구계획안을 충분하게 검토한 뒤 차환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추가 협의 수순으로 이어졌다. 11월 20일에 신용보증기금이 서면 결의에 동의하면서 회사채 차환 발행이 성사됐다. 대신 동부제철의 신디케이트론(은행단 공동대출) 8000억원에 대해 채권단이 만기 연장 또는 재대출을 하는 조건을 달았다.
3.1. 동부익스프레스, KTB PE·큐캐피탈에 매각펼쳐보기 접기
동부건설은 자구 계획 발표 이전인 2013년 5월부터 자회사 동부익스프레스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2013년 7월 4일에 매각 자문을 수행하는 산업은행 M&A실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스틱인베스트먼트 △큐캐피탈파트너스 △IBK 프라이빗에쿼티(PE) △케이스톤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스탠다드차타드 PE 등 6개사이 참여했다. 8월 20일에 마감한 본입찰에서는 큐캐피탈파트너스, 케이스톤파트너스, IBK PE, 스탠다드차타드 PE 등 4개사가 인수 제안서를 냈다.
2013년 9월 12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선정됐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국민연금(1200억원), 정책금융공사(1300억원) 등의 출자금을 토대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한 뒤 2013년 말까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마무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3년 12월 11일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가 펀드 출자 의사결정을 보류하면서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었다.
2014년 1월 5일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큐캐피탈파트너스에서 KTB PE로 교체했다. 동부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가격을 36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낮췄다. KTB PE는 3월 31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입 대금을 마련키 위해 KTB PE는 큐캐피탈파트너스와 함께 31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하는 방안을 택했다. PEF는 동부건설이 소유한 동부익스프레스 주식 50.1%를 인수하면서 1540억원을 지급했다. 가이아디벡스제일차유한회사로부터 나머지 지분 49.9%를 사들이면서 1460억원을 집행했다.
4.1. 동부제철 워크아웃 전환펼쳐보기 접기
2015년 6월 산업은행을 포함한 주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동부제철에 대한 워크아웃 실사를 수행했다.
워크아웃 논의 과정에서 화두는 '신용보증기금의 동부제철 경영 정상화 방안 동참'이었다. 2015년 1분기 말 기준으로 동부제철이 보유한 신용보증기금 차입금이 1900억원이고 연 이율이 11%로 다른 차입금과 견줘보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출연금을 받은 이후에 워크아웃 전환 의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채권단은 한국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한 9월 말부터 워크아웃 전환 논의를 재개했다.
10월 19일에 채권단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소집하고 동부제철에 대한 공동 관리 절차를 기존 자율협약에서 워크아웃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워크아웃을 계기로 신용보증기금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거해 '협약 채권자'로 분류됐고, 채권단이 설정한 금리 조건에 맞춰 동부제철에 대한 차입금 이자율을 연 11%에서 1~3%로 낮췄다.
4.2.1. 신용등급 하향조정, FI '계열분리 요청'펼쳐보기 접기
동부팜한농은 2014년에 울산비료공장 등 유휴 부지를 일부 처분해 893억원을 확보하고 자회사인 동부팜가야를 웅진식품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 말에는 미국 투자사 올브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ACM)를 상대로 화공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다. 유입되는 자금으로 만기 도래가 예정된 회사채를 상환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다.
화공사업부 매각이 지연되고 차입 부담을 완화하지 못하자 신용평가사들은 동부팜한농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2015년 3월 5일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3월 10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3월 11일 한국기업평가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내렸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동부팜한농의 계열 분리를 요청했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동부그룹은 3월 31일 "동부팜한농의 FI들과 계열 분리 및 매각에 합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4.2.2. 수의계약 추진 무산펼쳐보기 접기
동부그룹은 FI 지분 50.1%, 동부그룹 지분 49.9% 등 동부팜한농 주식 일체와 경영권을 수의계약(프라이빗딜)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침을 확정했다. 동부그룹은 모간스탠리를 주관사로, FI들은 크레디트스위스와 산업은행 M&A실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5월 초에는 오릭스PE가 동부그룹에 동부팜한농 인수 거래를 정식 제의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2015년 6월 8일 ㈜동부는 동부팜한농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를 선정했다. 이후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는 동부팜한농 FI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밸류에이션 책정을 둘러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동부그룹은 AJ인베스트먼트를 인수 주체로 끌어들였으나 FI와 적정 인수가를 둘러싼 이견이 발생하면서 실제 거래로 진전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