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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지주사 요건 점검

DB, 지주사 전환 부메랑...관건은 'DB하이텍' 지분

⑧주가 상승으로 공정가액 증가 불가피, 지분 추가 확보 시 4800억 실탄 필요

박규석 기자  2023-05-09 16:18:17

편집자주

중소 지주사들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존속 여부를 두고 주판을 튕기고 있다.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과 같은 세제 혜택 등이 희석되고 있어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남을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주사를 유지하더라도 오는 2027년 6월까지 상향된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잔존한다. THE CFO가 중소 지주사들의 공정거래법 요건 충족 여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향후 자산 관리 전략을 점검해본다.
DB Inc의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여부 이면에는 'DB하이텍'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DB하이텍의 공정가액 등이 증가할 경우 다시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을 결정하는 주식 가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되돌아온 '지주사 전환' 과제

DB는 2022년 초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됐다. 2021년 말 기준 자산총액 등의 요건을 충족시킨 결과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개별 기준 자산 5000억원을 넘고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인 경우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으로 자산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DB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됐다. 지주사 전환 이후 행위제한 요건 등을 갖추기 위한 유예기간이었던 만큼 관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지주사 전환 이슈를 해소해도 별도의 제재는 없다.


DB의 지주사 전환과 제외의 중심에는 지분 12.42%를 보유한 자회사 DB하이텍이 있다. 지주사 전환 당시에는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이 늘면서 DB의 자산과 지주비율이 전환 요건을 충족시켰다. 반대로 제외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이 감소해 자산 등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지주사 전환은 DB뿐만 아니라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들에게 일정 수준의 부담을 발생시킨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와 소속회사는 부채비율과 출자제한, 주식제한, 금산분리 등의 행위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DB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되면서 이러한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 셈이다.

DB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면 자회사의 지분율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까지 끌어올리는 등 행위제한 규제를 맞췄어야 했다. 관련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DB 입장에서 이러한 지주사 전환 과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DB하이텍의 주가에 따라 DB에 반영되는 공정가액이 증가해 자산총계 등의 기준을 충족시킬 가능성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자산규모와 지주비율이 각각 5000억원과 50% 이상을 기록할 경우 지난해처럼 자동으로 지주사 전환이 된다. 유예기간이 부여되기는 하지만 행위제한 규제를 맞추기 위한 채비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DB하이텍 지분 활용법은

DB하이텍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공정가액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DB의 자산도 늘어나는 만큼 지주사 전환 과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DB가 지주사 전환 등에 관한 향후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일정 수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우선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후 각종 행위제한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는 일이다. DB하이텍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통해 반복될 수 있는 이슈를 해소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을 선택할 경우 행위제한 규제도 함께 만족시켜야 한다. 이 경우 자회사에 대한 출자제한 충족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자회사인 DB하이텍의 지분 확보는 DB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상장사의 경우 지분 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2022년 말 기준 DB하이텍의 지분율은 12.42%로 약 18%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DB하이텍의 주가가 3월을 기점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말 이후로는 1주당 6만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 8일 DB하이텍의 종가인 6만1300원을 기준으로 추가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추산해보면 약 4786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DB가 지난해 말 개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152억원에 불과하다. 주가 하락과 분할매수 등과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매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조달 등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요건에 미달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자산과 지주비율 중 하나 또는 모두를 충족시키지 않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DB하이텍의 지분을 매각하는 일이다.

DB가 DB하이텍의 주식을 전량 또는 일부를 매각할 경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의 비중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개별기준 자산은 물론 지주비율 축소로 이어져 지주사 전환 과제를 해소하게 된다.

자산 규모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DB가 자산을 늘려 자회사의 장부가액 합계액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게 포인트다. 자산을 구성하는 요소는 자본과 부채인 만큼 회사채 발행 등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부채를 늘리는 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부채규모는 차입금을 통해서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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