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은 중견건설사 중에서도 미래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덜한 곳으로 꼽힌다. 기술형 입찰, 공공공사 등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서 일찍이 비주택 중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은 영향이다.
9조원을 웃도는 수주잔액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지난 3년간 공공공사 수주를 꾸준히 늘린 결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공공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대에서 40%대까지 올라갔다. 올해 1분기 수주물량 5000억원도 모두 비주택사업이다.
탄탄한 수주고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도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건설사 중에서 이례적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다만 HJ중공업 실적이 지분법손실로 반영돼 연결기준 수익성은 악화했다.
◇전체 수주고 9조, 절반이 공공공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이 9조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7조원대, 2022년 말 8조원대에 이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도 9조원대 수주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수주만 쌓은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질도 개선했다. 전체 수주 포트폴리오를 구분해 보면 공공공사에서 4조3922억원, 민간공사에서 4조8583억원을 채웠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47.5%, 52.5%로 계산된다.
동부건설은 주택사업 부진을 우려해 공공공사 등 비주택사업 기회를 늘려왔다. 공공공사 수주잔고는 2021년 말 2조6112억원, 2022년 말 3조120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년마다 1조원씩 수주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공공공사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커졌다. 2021년 말과 2022년 말 기준 각각 37.3%, 36.8%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47.5%를 기록해 1년 만에 10%포인트 개선됐다.
비주택사업 중심 수주를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1분기까지 수주한 5000억원 물량도 모두 비주택사업에 해당한다. 연초에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를 단독 수주했고 최근엔 컨소시엄으로 '광양 여천항 낙포부두 개축공사'를 따냈다.
◇지분법 손실 탓 연결 실적 '주춤' 꾸준히 일감이 늘고 있는 만큼 외형 성장도 계속되는 추세다. 동부건설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1조7980억원으로 전년 1조3001억원보다 38.3%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4억원을 남겼다. 전년 270억원과 비교했을 때 35.04%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성적을 받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건설사는 업계 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다. 다만 2021년 말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대를 유지했다.
지분법손실 탓에 연결기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1조4612억원 대비 30.0%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413억원보다 26.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해 적자전환해 마이너스 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는 394억원을 남긴 바 있다.
관계사 HJ중공업의 실적 부진이 당기순손실로 이어졌다. 동부건설의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지분법손실만 410억원이 잡혀 있다. 전년에도 203억원가량 발생했는데 그 금액이 늘어난 셈이다.
지분법손실 반영액이 가장 큰 관계사는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다. 동부건설은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 지분 38.64%를 갖고 있다. 이 회사에서만 430억원이 깎였다. 이 외 다른 회사에서 지분법이익이 발생하면서 전체 손익 합계가 410억원으로 조정된 셈이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는 HJ중공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해당 회사를 세워 총 22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중 동부건설이 850억원을 맡았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는 다시 HJ중공업을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지분 66.85%를 보유하고 있다. HJ중공업의 실적이 SPC를 통해 동부건설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HJ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1088억원, 당기순손실 114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영업이익은 66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금액도 같은 기간 516억원에서 두 배 이상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