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올해 시설투자 계획 규모를 1545억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1분기 중 절반가량인 783억원을 투입했다. DB하이텍은 지난 3월 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12인치(300㎜) 파운드리 진출과 함께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 등 신소재 전략반도체 사업 진출 등을 위한 3조3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단 올해는 신소재 전력반도체 공정개발 등의 필요한 연구개발(R&D)과 장비구매 등에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금성자산도 9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충분하다. 빠르면 연내 8인치 SiC 공정개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계획보다 150% 늘어난 시설투자…올해는 DB하이텍은 올해 연초 시설투자 계획을 1545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년 계획액(773억원)대비 거의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에 실제로 설비투자에 쓰인 금액은 계획 대비 150% 증가한 1933억원이다.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가 계획보다 급증한 이유는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이다. DB하이텍의 주력은 8인치(200㎜)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이다. 8인치는 생산성이 높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12인치 파운드리에 밀려 설 곳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이미지센서(CIS), 파워소자(PMIC) 등 8인치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DB하이텍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덕분에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입(+) 규모는 7300억원으로 전년(3931억원)대비 급증, 곳간에 쌓인 현금은 4717억원에서 9584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해졌다.
풍족한 곳간을 기반으로 DB하이텍은 올 촐부터 12인치 파운드리와 신소재 전력반도체 투자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3월 말 주총에서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나서 "12인치를 하기 위해 약 2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며 "또 SiC와 GaN 반도체 사업 진출을 위해선 약 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SiC 공정개발 투자 먼저, 이르면 연내 8인치 개발 착수 다만 투자계획을 공개했다고 해서 곧바로 대규도 시설투자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최 부회장 역시 "12인치로 진출한다는 방향성은 있다"며 "투자를 위해 비용을 따져보니 약 2조5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인치 생산공장을 만들려면 몇 년 간의 시공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12인치 파운드리를 처음해보는 DB하이텍으로선 사전 시장조사와 공정개발 등의 시간도 필요하다. 수년여 간에 걸친 중장기 계획인 셈이다.
DB하이텍은 3월 주총에서 투자계획을 밝히기에 앞서 SiC 등 전력반도체 신사업 등에 진출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추진 중이었다. 8인치 파운드리는 구식 공정 취급을 받지만 신소재 전력반도체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상용화 된 SiC 웨이퍼의 크기가 4·6인치 제품이기 때문에 8인치는 첨단영역에 속한다.
DB하이텍은 SiC 공정개발을 6인치에 맞춰 진행하고 있으며 8인치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시설투자는 6인치 SiC 개발을 위한 R&D와 장비 구매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웨이퍼 제조업체들이 8인치 SiC 웨이퍼를 상용화하는 시점이 2024~2025년으로 예정된 만큼 빠르면 연내 8인치 SiC 공정개발을 위한 장비구매 주문 등의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