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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김동관 삼형제의 '작은 알토란' 한화컨버전스

①한화에너지 통한 간접소유 구조…7년간 1000억 배당, 한화오션 인수 지원

고진영 기자  2023-08-01 17:13:17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한화컨버전스는 연매출 1000억원 수준의 작은 기업이다. 사실상 가족회사로 김동관 부회장 등 오너 3세 3형제가 한화에너지를 통해 지분 전량을 보유했다. 수년 전 인수된 이후 연 200억원 안팎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면서 형제의 꾸준한 재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컨버전스(옛 에스아이티)는 공장 생산라인의 자동화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을 한다. 2015년 한화그룹 품에 안겼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다가 매각절차에 돌입했는데 한화가 그 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한화그룹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많은 가격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딜을 빠르게 클로징할 수 있다는 점도 강하게 내세웠다.

한화가 적극적으로 매입을 추진한 이유는 그룹의 시스템 통합(SI)사업을 하던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한화시스템에 흡수됐으나 한화S&C는 오너 3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무 3형제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인수주체가 한화S&C에서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로 바뀌었고 매매가 역시 1000억원대 중반에서 1029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한화 S&C의 물적분할과 역합병 등을 거치면서 한화에너지는 오너 3세 3형제가 지분 전부를 보유한 상태다.

인수 뒤 한화컨버전스는 현금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면서 오너일가의 재원 역할을 쏠쏠히 해냈다. 인수 이듬해인 2016년과 2017년 각각 130억원, 100억원 등 총 230억원을 배당한다.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전부 지급받았으며 이 배당액은 다시 한화S&C로 이동, 한화S&C는 다시 3형제에게 배당했다. 한화S&C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500억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그리고 2017년 한화S&C가 에이치솔루션(존속)과 신설 한화S&C로 물적분할한다. 2018년 한화S&C를 한화시스템에 흡수시켰고 2021년 10월엔 에이치솔루션이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와 역합병했다. 이에 따라 3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간접소유하고 있던 한화에너지는 직접소유 형태로 바뀌었다. 소유 구조가 변화하면서 배당금이 3형제에게 가는 통로도 달라졌다.

한화컨버전스는 2018년과 2019년에도 2년간 총 230억원을 배당, 2020년 잠시 배당을 멈췄다가 2021년에는 중간배당을 합쳐 450억원으로 규모를 대폭 높였다. 지난해의 경우 다소 줄긴 했으나 231억원을 배당했다. 5년간 총 811억원, 2016년부터 따지면 7년간 1041억원이다.


배당을 받은 한화에너지는 한동안 이를 쌓아 뒀다가 2021년 한꺼번에 1002억원을 배당한다. 2021년은 역합병을 통해 3형제가 한화에너지의 주주로 등극한 해다. 현재 김동관 부회장이 50%, 동생들이 25%씩 가지고 있다.

다만 1002억원 가운데 3형제가 실제로 챙긴 금액은 절반인 501억원으로 짐작된다. 501억원은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금으로 2021년 4월 지급이 이뤄졌고 나머지 절반은 2021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금으로 같은 해 11월 지급됐기 때문이다. 3형제는 2021년 10월 한화에너지 주주가 됐기 때문에 2020년도 배당에 대해선 주주명부에 올라 있지 않았다. 따라서 해당 배당금 501억원은 에이치솔루션이 전부 가져갔다.

다만 합병 직전 에이치솔루션은 배당금을 이미 소진한 상태였다. 한화에너지와의 사업결합 당시 에치솔루션 현금성자산을 보면 2억원에 불과했다. 에이치솔루션은 이 돈을 한화시스템에 밀어준 것으로 보인다. 2021년 6월 에이치솔루션은 신사업 투자자금이 필요했던 한화시스템 유상증자에 참여해 1385억원을 출자했다. 에이치솔루션이 가족회사였던 만큼 사실상 김동관 형제가 지원한 것과 다름없고 적지만은 않은 부분이 한화컨버전스에서 나온 셈이다.

한화컨버전스는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일부 도왔다. 2조원의 신주 취득금액 중에 300억원을 담당했다. 계열사 중 가장 작은 출자 규모지만 한화컨버전스의 연결 연매출이 지난해 1194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덩치 대비 실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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