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비상장 회사의 감사를 대부분 계열사 임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한화건설, 한화디펜스 등은 그 모회사인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FO가 직접 감사를 맡는다. 자회사의 자금운영 등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화그룹이 현재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이런 구조에도 일부 변화가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한화건설은 항상 모회사 ㈜한화의 CFO가 감사를 담당해왔다. 한화건설은 ㈜한화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사업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래 항상 ㈜한화의 재무담당 임원이 감사 자리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이광훈 당시 ㈜한화 재무실장,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권태 당시 ㈜한화 재무실장,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김성일 당시 ㈜한화 재경본부장, 2017년부터 서광명 당시 ㈜한화 재경본부장이 한화건설 감사직에 앉았다. 작년 초 서광명 전 부사장이 물러난 이후론 후임 CFO인 ㈜한화 김민수 부사장이 감사를 담당 중이다.
김민수 부사장은 ㈜한화의 또다른 자회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감사도 맡고 있다. 한화건설과 마찬가지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역시 역대 ㈜한화 CFO들이 감사를 겸직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화 CFO는 과거 한화테크엠, 한화큐셀코리아, 한화S&C 등 다른 계열사 감사도 겸했었지만 회사 청산, 합병 등에 따라 지금은 한화건설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만 남았다.
그 아래로도 구조가 비슷하게 이어진다. 한화건설 CFO인 박경원 부사장이 자회사 에코이앤오 감사를, 유호준 한화건설 재무회계팀장이 한화건설의 또다른 자회사 연월천평풍력과 천장산풍력 등의 감사를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대대로 CFO에게 자회사인 한화디펜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테크윈, 한화상업설비 감사를 동시에 맡기고 있다. 지금의 전연보 전무가 전임 CFO였던 박경원 현 한화건설 부사장의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자회사들의 감사직도 연쇄 교체가 일어났다.
다만 한화건설과 한화디펜스는 최근 발표된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라 각각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흡수합병을 앞두고 있다. 합병기일은 11월 1일이다. 재편 작업이 끝나면 김민수 부사장과 전연보 전무가 따로 감사직을 맡지 않고도 해당 사업부문을 내부에서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밖에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3세 3형제’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현 한화에너지)은 당초 박경원 부사장이 감사에 올라 있었다. 박 부사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FO였던 시기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이후로는 한화시스템의 김현영 한화시스템 유화서비스사업본부장이 감사로 있다.
한화처럼 그룹사 임원이 여러 계열사 감사를 같이 담당하는 구조는 여러 대기업집단이 취하고 있는 형태다. SK 사례를 보면 전통적으로 지주사인 SK㈜의 재무1실장이 그룹 재무뿐 아니라 일부 계열사의 감사로도 활동한다. 현재 채준식 SK 재무1실장이 SK실트론, SK바이오텍, SK임업, SK E&S, 휘찬 등의 계열사에서 감사를 담당 중이다.
이는 감사의 법적 자격요건이 사외이사에 비해 훨씬 느슨해서다. 상법상 감사의 겸직 금지 조항은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고만 정하고 있다.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 감사를 담당해도 위법의 소지가 없는 셈이다.
물론 독립성에 있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감사는 대주주 측 경영진을 견제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만큼 대주주와 무관한 인사를 선임하도록 권고되기 때문이다. 감사제도가 존재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상장사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적다 보니 관리·감독 차원에서 대부분 모회사 임원을 자회사 감사로 보낸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부실을 객관적으로 살피기 힘들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들의 권리가 투명하게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도 "자회사들의 전반적인 회계와 재무현황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