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BSM 톺아보기

1년 전엔 흔치 않았는데…어느덧 '대세'

①SK㈜ BSM 공개 이후 재계 도입 확산

김위수 기자  2023-07-19 16:37:18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는 일은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BSM 공개가 수년전부터 활성화된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BSM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더벨은 국내 기업들이 공개한 BSM을 면밀히 살펴보고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수기'라고 불렸던 이사회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기업들은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이사회가 충분한 '역량'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사회를 통해 내려지는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배구조 연구기관에서는 이사회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독립성에 더해 개개인이 갖춘 전문성과 구성원의 다양성을 지목한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구성원들의 지식·경험·능력·성별 등 다양한 배경이 조화를 이룰 때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역량, 어떻게 가늠할까

이사회가 필요한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확인하는 것이다. BSM은 이사회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트릭스 형태로 구성한 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BSM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BSM 활용을 활성화했다.

미국 상장사의 BSM 도입이 급격히 확산된 것은 2017년 전후로 보인다. 당시 미국 뉴욕시 연기금과 연금을 관리하는 감사관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이사회 구성원들의 인종·성별·기술을 매트릭스 형태로 공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18년 S&P 500 기업 중 46%가 정기 주주총회 서류에 BSM을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BSM 도입을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BSM 공개의 목적이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투명한 소통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들은 BSM을 통해 이사회 구성이 적합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추후 이사 신규 선임이 필요할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기업은 BSM 공개를 통해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 또 BSM을 바탕으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SK㈜ 시작으로 국내 상장사 BSM 도입 확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SK그룹의 지주사 SK㈜가 BSM을 공개해 관심을 이끌어냈다. SK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기업가치와 지배구조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는 곳이다. BSM을 활용해 시장에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를 주고 이를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SK㈜가 지난해 공개한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

이후 1년 3개월여간 국내 상장 기업들의 BSM 도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SKC·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동국홀딩스, OCI홀딩스, 금호석유화학,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한진,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BSM을 공개한 상태다.

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BSM을 공개하는 추세다.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인 기업들이 남아있는 만큼 올해 BSM을 공개할 기업들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SG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주주 신뢰 확보를 위해 BSM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SM 공개라는 수단을 통해 기업들이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도 주목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BSM 공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BSM을 통한 정보제공 및 회사의 사업전략에 맞는 이사회 역량조합을 찾는 일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