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풍랑 헤치는 롯데

근시안 경영 재촉하는 임원 인센티브제

④삼성·SK·한화는 있는 '장기 인센티브제' 부재…"단기 성과 위한 의사결정 지양 필요"

박기수 기자  2023-07-14 14:19:18

편집자주

롯데의 2023년 분위기는 개운치 않다. 작년 말 터졌던 건설 유동성 이슈를 힘겹게 막았더니 케미칼 시황이 살아나지 않아 결국 그룹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상징처럼 여겨왔던 '재계 Top 5' 자리도 올해 내줬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이슈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THE CFO는 롯데의 기업가치와 깊이 연관돼 있는 재무적 현주소를 비롯해 향후 과제와 거버넌스 이슈까지 살펴본다.
특정 기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거나, 특정 시점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면 단기적으로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런 단기 성과가 곧 기업과 기업집단의 부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 경영 환경에 따라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사양 산업'이 되기도 하고 실적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기업들이 단기 실적과 재무구조를 포기하더라도 미래 먹거리 등 중장기 비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장기 비전을 세울 때 오너 경영인의 뜻이 최종 반영되지만 어떤 사업으로 어떻게 진출하는 지에 대한 틀은 기업내 인적 구성의 절대 다수인 전문경영인들의 몫이다. 특히 결정권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같은 '급' 높은 임원들이다.

통상 이들의 임기는 2~3년으로 실제 중장기 비전이 열매 수확을 할 시점에는 현역에 없을 가능성도 있다. 오너에 비해 주인의식이 비교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들을 고취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최근 재계에서 중요시되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펀드 등 금융투자업계가 기업에 투자할 때 고려하는 사안 중 하나는 기업 임원들에 대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가 확립돼있는 지에 대한 여부"라면서 "임기를 보장 받지 못하는 임원들 중 일부는 기업의 중장기 비전보다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단기 성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에는 임원들의 성과에 대해 장기에 걸쳐 보상하는 제도가 확립돼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THE CFO 취재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당해 실적과 재무구조 등으로 대표이사 등 임원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보수가 지급된다.

실제 작년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급 임원들의 상여금 지급 기준은 당해 매출, 영업이익 등 계량 지표다. 실적이 나쁠 경우 상여 지급은 없다. 또 재무개선이 이뤄질 경우 상여금 지급 대상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대대적 투자를 집행해야 할 때 재무구조 훼손 우려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면 결국 사업 전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셈"이라면서 "집행임원들이 단기 성과와 단기 재무구조만 쫓도록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내 대기업집단들 중 일부는 임원들에 대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SK·한화가 있다.

삼성은 장기성과인센티브(LTI) 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한도 내 산정해 3년간 인센티브를 분할 지급하는 제도다. 이외 급여와 목표·성과 인센티브도 별도 지급한다.

SK도 지주사 사내이사들의 상여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스톡그랜트(Stock grant)'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주사 SK의 경우 자사주를 이용해 주식을 지급함으로써 장기적 성장을 위한 근로의욕 제고에 나서고 있다.

한화도 2021년 초부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도입했다. RSU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할 경우 주식을 일정 시점에 무상 지급하는 제도로 RSU 대상자로 선정되면 전무급은 7년, 사장급은 10년 뒤 회사 주식을 가질 수 있다.

롯데의 장기 인센티브 지급 제도 부재는 거버넌스 업계에서도 개선 여지가 필요한 부분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이에스지연구소 관계자는 "롯데그룹 상장계열사의 2022년 사업보고서나 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된 바에 따르면 롯데는 삼성의 LTI나 한화의 RSU와 같은 장기 성과와 연동된 정책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장기 성과보수에 대한 정책은 상장기업의 임원이 단기 성과를 위한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이익 극대화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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