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풍랑 헤치는 롯데

거버넌스 현주소는…CFO 브레이크는 작동하는가

③대표 1인 중심 이사회 구조 여전 "비합리적 경영 결정 초래할수도"

박기수 기자  2023-07-13 16:07:18

편집자주

롯데의 2023년 분위기는 개운치 않다. 작년 말 터졌던 건설 유동성 이슈를 힘겹게 막았더니 케미칼 시황이 살아나지 않아 결국 그룹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상징처럼 여겨왔던 '재계 Top 5' 자리도 올해 내줬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이슈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THE CFO는 롯데의 기업가치와 깊이 연관돼 있는 재무적 현주소를 비롯해 향후 과제와 거버넌스 이슈까지 살펴본다.
롯데의 고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했기에 오늘날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업계의 주된 해석 중 하나다. 경영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기에, 업계의 눈은 곧장 롯데의 경영자 구성과 경영 의사결정 구조를 포함한 '거버넌스'로 향한다.

◇신동빈 회장 '책임경영' 잘 작동했나

롯데를 둘러싼 거버넌스 이슈에서 그간 가장 많이 언급됐던 점은 '총수' 신동빈 회장의 계열사 이사직 겸직이 과도하다는 점이었다.

실제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고 롯데지주가 탄생한 2017년 말 기준 신 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비롯해 △호텔롯데(대표이사) △롯데케미칼(대표이사) △롯데쇼핑(사내이사) △롯데건설(사내이사) △롯데칠성음료(사내이사)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사내이사) △에프알엘코리아(기타비상무이사) △롯데문화재단(이사) 등 상당 수의 계열사에서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2023년 현재 신 회장의 계열사 겸직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롯데웰푸드(대표이사) △롯데케미칼(대표이사) △롯데칠성음료(대표이사) 만 맡고 있다.


국내 상위권 기업집단 오너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신 회장의 대표 겸직은 많은 수준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아직 등기임원직이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SK만,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직만 맡고 있다.

물론 오너의 등기임원직 수행을 단편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연구소 등 거버넌스 관련 업계에서는 오너들이 미등기임원으로 숨어있는 것 보다는 등기임원으로서 이사회에 등판해 적극적으로 책임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오너의 '대표이사 경영'이 책임경영을 보증하냐는 의견에는 또다시 의문점이 달린다.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활약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때 총수까지 안건이 올라가는 프로세스 과정이 너무 길다"면서 "의사결정 체제를 혁신하고 변화에 빠른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오너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라고 전했다.

◇대표 1인 중심 지배구조 여전

신 회장 외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의 거버넌스는 어떨까. 지배구조연구소 등 거버넌스 업계에서 후진적 지배구조로 꼽는 것은 바로 '1인 중심의 이사회'다.

거버넌스 연구소 관계자는 "기업이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돌아가는 것은 좋으나, 이사회 내 특정 1인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경우 합리적이지 못한 경영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의 경우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을 늘리거나 심지어 사내이사끼리 서로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형식상으로보면 오늘날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1인 중심의 이사회에 해당한다. 이사회에서 직급만으로 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위치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다. 롯데그룹은 지주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다.

2021년 3월 롯데케미칼이 이사회 규정 변경을 통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에서 '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한다고 변경했지만 규정만 변경됐을 뿐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구조는 지속하고 있다.


◇작동하기 힘든 'CFO 브레이크'

사외이사의 영역까지 갈 필요도 없이 권력과 영향력이 집중돼있는 대표이사를 견제할 만한 인물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거론된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CFO가 CEO에 대한 견제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달과 재무 영역을 넘어 전략적 역할도 요구받는 CFO들이 CEO의 조력자이자 견제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롯데의 경우 구조적으로 CFO가 CEO를 견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CFO들이 기업 내부에서 직원부터 성장해 임원이 되는 케이스가 다분하기 때문에 똑같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온 CEO들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CEO의 결정에 제동을 거는 등 '투사'로 나서야 할 때도 섣불리 나설 수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롯데의 CFO들은 기업 내부에서 성장하는 케이스가 많다. 롯데케미칼 CFO인 강종원 상무는 1993년 롯데케미칼로 입사해 대부분의 커리어를 롯데케미칼에서만 보냈다. 롯데웰푸드 황성욱 상무도 롯데제과로 입사한 인물이고, 롯데쇼핑 최영준 상무도 롯데쇼핑에서 쭉 커리어를 이어왔다.

이밖에 롯데의 CFO들은 직급도 비교적 낮다. 롯데지주의 고정욱 부사장 정도를 제외하면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롯데렌탈, 롯데웰푸드 모두 CFO들이 대부분 상무보~상무 급이다. 전무와 부사장을 넘어 사장직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에 대한 견제가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타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CFO 제도와 CFO의 CEO 견제 구도가 비교적 잘 확립돼있는 곳으로는 LG그룹이 꼽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LG그룹은 지주에서 오너의 철학을 공유하는 재무 인력들을 사전에 육성해 계열사로 파견하는 식의 경영을 해왔다"라면서 "CFO 뒤에 오너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CEO로서도 CFO를 하급자로만 인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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