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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 헤치는 롯데

'채권자의 가치' 높아진 롯데

①5년 전 대비 주요 계열사 시총 하락, 순차입금은 증폭

박기수 기자  2023-07-11 16:25:18

편집자주

롯데의 2023년 분위기는 개운치 않다. 작년 말 터졌던 건설 유동성 이슈를 힘겹게 막았더니 케미칼 시황이 살아나지 않아 결국 그룹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상징처럼 여겨왔던 '재계 Top 5' 자리도 올해 내줬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 이슈들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THE CFO는 롯데의 기업가치와 깊이 연관돼 있는 재무적 현주소를 비롯해 향후 과제와 거버넌스 이슈까지 살펴본다.
한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때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표는 시가총액이다. 다만 시총은 주식 시장에서의 평가만을 반영한 지표다. 보다 포괄적으로 기업을 숫자로 표현하기 위해 통상 주주 가치(시가총액)와 채권자의 가치(순차입금)를 합한 기업가치(EV)를 활용한다.

롯데그룹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유통·화학·식품 등으로 이뤄진 그룹 포트폴리오의 펀더멘털 이슈부터 작년 불거진 건설 유동성 이슈를 비롯해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특유의 보수적 행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EV라는 지표는 롯데를 둘러싼 업계의 평가를 수치로써 반영한다. 2023년 현재 롯데그룹의 기업가치(EV)는 5년 전에 비해 어떻게 변화했을까.

◇5년 전 대비 지주·케미칼 EV 하락…쇼핑 포함 시총까지 감소

먼저 롯데지주다. 올해 1분기 말 롯데지주의 EV는 9조4631억원이다. 5년 전인 2018년 1분기 말 12조5084억원보다 EV가 3조453억원 감소했다. 비율로는 약 24%의 감소다.

롯데그룹의 '중심'인 롯데케미칼도 5년 전에 비해 EV가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말 EV는 11조4777억원으로 5년 전 EV인 13조5058억원에 비해 2조281억원 줄었다. 롯데웰푸드도 5년 전 1분기 말 2조24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조9369억원으로 기업가치가 감소했다.

기업가치가 늘어난 주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올해 1분기 말 롯데쇼핑의 EV는 14조6807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 EV는 11조2082억원이다.약 3조4725억원의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있었다. 롯데칠성도 2018년 1분기 말 2조4165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조7725억원으로 소폭의 EV 상승이 있었다.

기업가치는 채권자의 가치와 주주 가치의 합으로 이뤄진다. 즉 5년 동안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EV 변화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간의 롯데가 어떻게 걸어왔는 지 재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우선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은 EV가 감소했지만 시가총액도 감소했다. 롯데지주는 올해 1분기 말 종가 기준 약 3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5년 전에는 시가총액이 4조6789억원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말 8조1615억원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5년 전에는 무려 시가총액이 14조2341억원이었다.

롯데쇼핑 역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말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2조3168억원으로 2018년 1분기 말에는 6조5946억원이었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의 공통점은 기업가치의 감소율보다 시가총액의 감소율이 더욱 컸다는 점이다. 롯데지주의 경우 시총 감소율이 EV 감소율보다 11%포인트, 롯데케미칼은 27.7%포인트 높았다. 롯데쇼핑은 5년 동안 EV가 오히려 30% 이상 성장했으나 시총은 65%가량 하락했다.

◇순차입금 증가한 롯데의 '뼈대'들

시총 하락 대비 EV 하락비율이 낮았던 점은 결국 채권자들의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5년 전과 비교해 전 계열사에 거쳐 순차입금이 상당 부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금 부자이자 안정적 재무구조의 대명사로 불렸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으로 3조3162억원을 기록 중이다. 5년 전인 2018년 1분기에는 보유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였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도 5년 전보다 순차입금이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2018년 1분기 말 5693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9048억원으로 순차입금이 늘었다. 롯데칠성도 올해 1분기 말 순차입금 1조2424억원으로 5년 전 1조1903억원보다 잔액이 소폭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다. 5년 전 롯데쇼핑의 순차입금 잔액은 4조6136억원이었다. 이 금액이 올해 1분기에는 12조3639억원으로 늘어났다. 롯데쇼핑의 EV가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늘어난 결정적인 대목이 여기서 나온다.


순차입금 증가와 시가총액 감소는 결국 롯데그룹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비롯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의 롯데그룹 신용도 하락 등 롯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재무적 배경이다. 5년 전에 비해 롯데는 주주 가치 대비 채권자의 가치가 보다 높아진 그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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