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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세아그룹의 지주사중 한 곳인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태성 사장으로 35.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 외 세아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이 있다. '에이치피피'다. 1분기 말 기준 지분율 9.38%를 기록 중이라 무시할 수 없는 지분율이다.
에이치피피는 이태성 사장과 이 사장의 배우자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인 채문선 탈리다 쿰(Talitha Koum) 대표가 소유한 개인회사다. 이에 이 사장과 에이치피피 지분에 이 사장의 모친인 박의숙 세아이운형문화재단 이사장까지 합치면 이 사장 측의 세아홀딩스 지분율은 55%를 상회한다. 개인회사를 통해 홀딩스의 지배력을 확고히 갖춘 셈이다.
에이치피피는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별세 후 그 다음 해인 2014년 탄생한 회사다. 현재 시점 에이치피피의 그간 행보를 보면 에이치피피는 이태성 사장의 '알토란' 같은 회사로 형용이 가능하다. 오너 일가의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고 특히 이 사장의 세아홀딩스의 지배력을 갖추는 데 첨병 역할을 했다.
우선 이태성 사장이 에이치피피에 쏟은 자금도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이 사장이 에이치피피에 수혈한 출자액 규모만 약 736억원이다. 이외 배우자인 채 대표도 약 58억원 규모를 출자했다. 이에 현 지분율은 이 사장이 93.24%, 채 대표가 6.76%다.
개인이 한 법인에 수백억원을 태울 수 있었던 배경은 세아그룹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운형 전 회장이 별세한 후 세아홀딩스 계열은 이태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 계열인 이운형 전 회장의 동생인 이순형 회장과 장남 이주성 사장이 지배하는 쪽으로 구도가 재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각자가 보유한 서로의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에이치피피가 등장했다. 에이치피피는 2017년 이순형 회장으로부터 세아홀딩스 지분 20만주를 312억원에 취득했고, 2020년에는 16만주를 79억원에 취득했다. 현재 이태성 사장 일가가 홀딩스 지분 과반을 보유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여기서 마련됐다.
이외 에이치피피는 박의숙 이사장에게 2018년 1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이 자금은 이운형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이었다. 지난 달 공시에 따르면 100억원 중 30억원은 회수가 완료됐다.
이처럼 오너 일가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한 에이치피피의 본래 정체성은 '투자사'다. 대표적인 투자는 현재 세아창원특수강의 자회사로 있는 '씨티씨'다.
2015년 에이치피피는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사인 포천 소재 '씨티씨'를 3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7년 씨티씨 합병 과정 등을 거쳐 사업을 키우다 2019년 세아창원특수강에 사업 일체를 100억원에 양도했다. M&A로 인한 현금 유출입만 놓고 보면 약 70억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작년 말 기준 에이치피피는 채 대표의 탈리다 쿰의 지분 8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미국 투자사인 'HPP INVESTMENT USA INC.'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