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코인 투자에 나섰다. P2E(돈버는 게임)사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인 외에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시장성 있는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용도는 가지각색이다. 직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고, 암호화폐 시장을 스터디하는 차원에서 정찰병을 투입하듯 매입한 경우도 있었다. 게임사들마다 어떤 코인에 투자했는지, 이 과정에서 비용과 손실, 수익을 어떤식으로 회계처리 했는지도 들여다본다.
넷마블은 다른 P2E(Play to Earn)게임 사업자들에 비해 코인을 투자 수단이 아닌,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목적으로 보유하는 편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면 비트코인(BTC) 등 시장성 있는 코인 보유 수량 자체가 크지 않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P2E게임을 위해 자체 발행한 MBX, FNCY 코인 매입분과 카카오 클레이튼과 비즈니스 협력 차원에서 사들인 KLAY 코인이다.
작년에는 가상자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영업외손실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넷마블은 가상자산을 판매목적의 재고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회계 분류하고 있다. MBX와 FNCY 등 일부 코인들의 가격이 취득원가보다 하락하면서 차액만큼 평가손실을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KLAY 코인 시장가치는 3.5배나 증가했음에도 무형자산이란 특성상 손익에 반영되지 않았다.
넷마블은 올해 자체 개발 코인들을 추가 발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 한해동안 최초 발행량에 비해 시장 유통량이 늘어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분간 발행된 물량들을 활용한 에코시스템 활성화에 집중하고 물량 증대는 없다는 없다는 방침이다.
◇MBX 가격 유지 총력
넷마블이 연결 재무제표에 기입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는 작년 말 연결 기준 344억원이다. 지난해 초 장부가액 119억원 수준에서 한해 동안 약 225억원 상당의 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1375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외부에서 취득한 뒤 중간에 1030억원을 처분하면서 해당 자산변동이 생겼다. 이외 기타변동 항목에서 120억원 상당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시장가치가 크게 변동한 코인은 MBX다. MBX는 넷마블의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마브렉스(Marblex Corp) 등이 작년 3월 자체적으로 발행한 코인이다. MBX의 초기 발행 물량은 10억개, 넷마블은 당초 MBX를 미래 경제적 효익을 확신할 수 없어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5월 넷마블은 발행한 MBX 물량 중 1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취득 이유는 마브렉스 생태계 유저들에게 토큰 바이백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상장 기업들이 자기주식(자사주)를 취득해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매입한 MBX는 소각 처리해 발행주식수를 감소시켜 MBX 가격 경쟁력을 유지, 유저들의 권리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넷마블이 작년 유상취득한 MBX 수량은 26만9777개, 취득원가는 10억3754만원이다. 넷마블은 매수자금을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에서 발생한 매출에서 충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년 말 시장가치(코인마켓캡 종가*보유수량)는 취득원가에 비해 낮은 3억7981만원으로 떨어졌다. 손실율로만 따지면 63%에 달한다.
BNB, WBNB, 등 다른 유상취득 코인 역시 시세조정 타격을 입었다. 다만 MBX 코인에 비해 보유 물량 자체가 현저히 적다. BNB 코인수는 2만5924개, WBNB 코인수량은 1만9126개에 불과해 취득원가도 1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넷마블은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재무제표상 어떻게 회계 처리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진 않다. 코인 취득 자금이나 자체 코인 MBX 등의 개발비용을 회계상 어느 항목으로 계상했는지 등은 전부 비공개다.
다만 가상자산을 대부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는 점이 힌트다. 비화폐성 자산 중 매매 목적이 아니고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판단해 무형자산으로 인식했다. 무형자산은 처분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이익은 영업손익이 아닌 영업외 손익으로 분류한다. 장부 가격보다 낮아지면 차액을 평가 손실로 반영하는 만큼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넷마블이 취득한 KLAY 코인은 가치가 대폭 상승했다. 매수가 126억원에 비해 시장가치는 447억원으로 3.5% 가량 늘어난 것이다. 다만 무형자산은 취득원가에 비해 가격이 올라도 그 증가분이 손익에 포함되지 않는다.
KLAY 코인은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내에서 통용되는 토큰이다. 넷마블이 카카오 클레이튼 생태계 거번넌스 구성원 일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매입한 가상자산이다. 코인원, 지닥 등 국내 거래소에 상장했다.
넷마블은 작년 3월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MBX 3000만개 물량을 144억원에 매각하고, 바로 다음달 FNCY 1억2500만개를 375억원에 처분했다. 매각 과정에서 지급받은 대가가 현금인지, 가상자산인지, 또 이를 어떻게 회계처리했는지는 주석공시에 명시해두지 않았다.
다만 부채항목인 선수수익으로 인식했을 확률이 크다. 넷마블의 선수수익 규모는 2021년 말 1128억원에서 작년 말 1987억원으로 증가했다. 당국은 코인 매각대금 중 차익실현금액을 어떻게 장부에 표시하느냐를 회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
◇P2E 시들…"올해 추가 코인 발행 없다"
넷마블은 작년 한해 자체 코인 발행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5월에는 자체 발행 MBX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에 상장했으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루(Bitrue), 멕스씨(MEXC), 후오비(Huobi), 인도닥스(INDODAX), 게이트아이오(Gate.io), 핫빗(Hotbit) 등에서 차례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는 FNCY 10억개를 발행해 GATE, MEXC, 코인원 등에 상장시켰다.
이와 함께 향후 5년 동안의 토큰 유통 계획을 발표했다. MBX 백서상 토큰 생태계의 안정적인 확장과 유지를 위하여 매년 약 3.15%씩 신규토큰을 발행하는 인플레이션 모델을 제시했다. FNCY는 매년 5256만개씩 최대 20억개 신규토큰을 발행하는 로드맵이다.
웹3.0을 지향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넷마블은 자체 강력한 IP 게임들에 P2E를 입힌 글로벌 타이틀 'A3: 스틸얼라이브 글로벌' 및 '제2의 나라 글로벌' 등을 공개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각각 '메이플스토리', '리니지W'에 C2E(Create to Earn) 개념을 녹여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3N 중 블록체인 비즈니스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였다.
다만 올들어선 전략방향을 바꿨다. P2E게임 흥행기조가 지지부진한 데다가, 토큰의 최초발행량 대비 시장유통량이 적다는 판단이었다. 올해는 기발행된 물량 내에서 에코시스템의 활성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블록체인 사업에 소극적인 기조"라며 "자체 코인도 추가 발행하지 않고 기존 물량 내에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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