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컨콜 Q&A 리뷰

AI 강조에서 엿보인 김진원 SK텔레콤 CFO 입지

모두발언부터 Q&A까지 김 부사장 대부분 진행, 이사회 미참여는 한계

문누리 기자  2023-06-02 17:19:18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진원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모두발언부터 질의응답까지 상당 시간을 직접 발언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김 부사장은 주주환원정책과 자사주 매입 등 CFO 직무 내용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컴퍼니 관련 비전 등 전사적이고 사업적인 내용도 세세하게 설명했다.

이는 김 부사장이 재무·회계 분야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CFO가 미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지만 전사 손익관리를 총괄하는 주요 결재라인의 최종 결정권자다.

모두발언 초반 김 부사장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 참가해 인공지능(AI) 컴퍼니로 비전과 성과를 공유했다는 내용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재무 실적과 주요 경영 성과, 전략 방향 등을 설명했다.

주요 경영 성과와 전략 내용 중 대부분은 AI로 귀결됐다. 챗GPT 활용 등 필요한 영역에선 국내외 AI 기업과 제휴해 회사의 AI 기술력과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질의응답에서도 AI 관련 언급은 이어졌다. 김 부사장은 질의응답 초반 올해 주주환원정책과 자사주 매입 등의 계획을 언급하며 주가가 저평가된 만큼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분기 배당을 지속하는 등 주주가치 확대 노력도 언급했다.

이후 이프랜드 수익화, 요금제 전략, 제4이동통신에 대한 입장 등은 양맹석 메타버스컴퍼니담당, 김지형 통합마케팅전략담당, 권영상 CR담당 등이 나눠 설명했다. 다만 AI 비전에 대한 질문에선 다시 김 부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SK텔레콤이 전사적으로 AI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CFO로서도 이에 힘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 부사장은 AI 개발 스토리를 언급하며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술 투자와 외부 협업 등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고객이 가장 선호할 만한 AI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하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손인혁 에이닷추진단 전략담당, 김영준 에이닷추진단 기술담당 등이 구체적인 AI 기술 관련 설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부사장이 재무·회계 분야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에서 CFO는 경영기획과 재무, 세무, IR, 구매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중책이다. 특히 회사가 커지면서 거쳐온 인수합병(M&A) 케이스가 많은 만큼 내부 조직 중 재무라인의 위상이 가장 높은 편이다.

이에 김 부사장도 컨퍼런스 콜에서 "AI 컴퍼니로의 도약과 전환이 기업 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업적인 부분까지 강조한 것이다.

다만 김 부사장이 요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등기임원이라 이사회 일원으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사주 규모나 시기에 대해 발언할 때도 김 부사장은 "이사회 승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확정적으로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CFO로서 본인이 알고있는 재원적 측면에 대해선 추가로 언급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김 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 배당금과 한화금융그룹 배당금 등 지속적인 배당 수익에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실적 개선분 등을 포함하면 (재원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현재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상황과 경영 환경, 회사의 현금 흐름 등을 감안해 최적 시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