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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SK텔레콤 품 못벗어난 IDQ

[SK스퀘어]⑤SK텔레콤 출자펀드 차입형태 자금지원...보통주 전환약정 포함

이민호 기자  2023-05-24 16:45:18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중간지주사 SK스퀘어의 자회사로 편입된 IDQ(id Quantique)가 여전히 SK텔레콤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스퀘어는 280억원에 이르는 IDQ 지분가치를 손실처리하면서 분할전 SK텔레콤이 매년 실시하던 증자를 중단했다.

반면 분할후 SK텔레콤은 출자펀드를 동원해 1300만달러의 차입금을 IDQ에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차입금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SK스퀘어, IDQ 지분가치 280억 손실처리…지원여력 충분해도 증자 미실행

분할전 SK텔레콤이 IDQ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6년이다. IDQ는 2001년 설립된 스위스 양자암호 보안업체로 SK텔레콤은 기술확보를 목적으로 23억원을 투자해 IDQ 지분 4.5%를 확보했다. 2018년 552억원 현금출자와 57억원 현물(자산)출자로 지분율을 65.6%로 끌어올리면서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SK텔레콤은 이후로도 매년 IDQ에 출자했다. 2019년 122억원과 2020년 64억원을 출자했으며 SK스퀘어 인적분할 직전인 2021년에도 60억원을 출자했다. 지분율은 69.3%로 늘었다. SK스퀘어가 2021년 11월 인적분할로 출범하면서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IDQ 지분 전량이 SK스퀘어로 이전됐다. 이후 SK텔레콤은 IDQ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증자가 지속되면서 SK텔레콤은 IDQ 지분가치를 꾸준히 높여왔다. 2019년말 941억원이었던 지분가치(장부금액 기준)는 2020년말 1005억원으로 상승했고 SK스퀘어 자회사로 이동할 당시 1065원까지 올랐다. SK스퀘어 전체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가치(6조9660억원)의 1.5%에 해당했다.

문제는 IDQ가 지난해 당기순손실 1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손실이 누적된 점이다. SK텔레콤이 증자를 해온 것도 이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SK스퀘어는 그동안 증자로 밀어올렸던 IDQ 지분가치를 지난해말 785억원으로 처음으로 낮춰잡았다. 전체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가치(6조9365억원)에서의 비중도 1.1%로 하락했다. 다만 올해 1분기 IDQ 지분가치를 추가 손실처리하지는 않았다.


SK스퀘어는 기존 지분가치와의 차이인 280억원을 종속기업및관계기업투자관련손실로 인식했다. 종속기업및관계기업투자관련손실은 손익계산서상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 등과 함께 차감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SK스퀘어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5163억원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낮은 4331억원이었다.

그럼에도 SK스퀘어는 분할전 SK텔레콤이 매년 해왔던 IDQ에 대한 증자를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 SK스퀘어 자본총계가 7조4357억원이고 부채비율이 1.7%에 불과할 만큼 재무상태가 우수한데다 현금성자산도 1592억원 보유하고 있어 IDQ에 대한 지원여력 자체는 충분하다.

◇IDQ, SK텔레콤 출자펀드에서 차입조달…보통주 전환옵션 삽입

대신 IDQ는 SK스퀘어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인 지난해 1300만달러의 차입을 일으켰다. 이 차입을 제공한 주체는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SK Telecom Innovation Fund)'다. 이 펀드는 아틀라스인베스트먼트(Atlas Investment)가 2016년 1월 설정했다. 아틀라스인베스트먼트는 SK텔레콤이 100% 출자해 2011년 6월 설립한 해외 투자사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말 기준 아틀라스인베스트먼트 지분가치를 1662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텔레콤 전체 종속·관계·공동기업 지분가치(4조6371억원)의 3.6%에 해당한다. 아틀라스인베스트먼트 지분가치가 이처럼 상승한 이유는 SK텔레콤이 꾸준히 출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최근 5년(2018~2022년)간 아틀라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총액은 751억원이다. 2021년 126억원, 지난해 40억원을 출자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66억원을 출자했다.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도 전액(지분율 100%) SK텔레콤 출자금으로 이뤄져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말 기준 이 펀드 자산총액을 956억원으로 평가했다. IDQ 지분이 SK스퀘어로 넘어갔지만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SK텔레콤이 여전히 자금지원 주체가 되고 있는 셈이다.

IDQ는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로부터 조달한 차입금과 여기서 발생하는 미지급이자를 금융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IDQ가 인식한 해당 차입금과 미지급이자는 지난해말 168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말에는 175억원이었다. 차입금 원금은 변화가 없었다.

특히 IDQ와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가 체결한 차입약정에는 전환옵션이 포함돼있다. 해당 약정에 따르면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는 미지급이자를 포함한 차입액을 IDQ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 SK텔레콤 이노베이션 펀드가 이 권리를 행사할 경우 IDQ 주주가 되며 펀드수익자가 SK텔레콤이므로 향후 현물분배 등 방식으로 SK텔레콤이 IDQ 주주가 되는 방법도 존재한다.

*출처: SK스퀘어 사업보고서(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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