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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재무 분석

진에어, 모기업 대한항공과 다른 행보

유효기한 3년 효과에 부채부담 덜고 회계상 수익 늘어

문누리 기자  2023-05-04 09:11:18

편집자주

항공사 마일리지, 주유소·쇼핑몰 포인트 등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코인'이다. 기업 스스로 적립과 사용, 회계 처리 방식까지 통제해 가치를 조절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실적까지 영향을 받는다. THE CFO가 기업별 마일리지 회계 처리와 활용 전략,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조명해본다.
항공업계에서 가장 늦게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한 진에어는 마일리지 누적 규모도 가장 작다. 특히 모기업 대한항공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부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유효기한이 10년인 대한항공과 달리 진에어 마일리지 유효기한은 3년으로 짧은 영향이 컸다. 만기 도달 등으로 자동 소멸되는 포인트의 경우에도 회사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계약부채 의무가 해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으로 인식된다. 자연스럽게 진에어 수익금액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마일리지 부채부담은 줄어든다.

◇'유효기한 3년' 진에어 나비포인트, 누적 증가세 제동

2008년 설립된 한진그룹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2012년부터 마일리지 제도 '나비포인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984년 대한항공, 1989년 아시아나항공, 2006년 제주항공 등에 비해 가장 늦은 도입이었다.

항공업계에서 마일리지 부채는 2009년까지 원가 기준인 충당부채로 인식하다가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서 공정가치 기준인 이연수익으로 변경됐다. 이에 당시 적용되는 마일리지 기준가격도 상승했고 2009년 기준 2799억원이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충당부채는 2010년 이후부터 1조원을 넘겼다.

진에어는 2012년부터 관련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계정 항목 변경 없이 처음부터 이연수익으로 인식했다. 다만 모기업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부채부담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참고해 유효기한부터 가장 짧게 설정하기 시작했다.


2012년 7월 17일 제도 론칭 초기부터 나비포인트의 유효기한은 3년으로 설정됐다. 이때 적립된 마일리지는 2015년 7월 이후부터 소멸되는 등 누적되는 마일리지 규모를 원천적으로 제한했다.

이에 진에어 이연수익은 2016년 11억8000만원, 2017년 17억3000만원, 2018년 27억2000만원, 2019년 31억4000만원 등으로 늘긴 했으나 성장세가 대한항공처럼 급격하진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이연수익은 2020년 22억1000만원, 2021년 9억원, 2022년 9억6000만원 등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2조4844억원, 2조6247억원, 2조7026억원 등으로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대한항공과 달리 진에어는 마일리지 누적 속도를 줄이면서 이연수익 총액을 줄여 부채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2022년 말 기준 진에어 이연수익(9억6000만원)은 대한항공(2조7026억원)의 0.04% 수준에 불과하다. 부채비중을 비교해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부채총계(19조7052억원)의 13.7%에 달한 반면 진에어 나비포인의 경우 부채총계(6629억원)의 0.14%에 머물렀다.

◇소멸된 마일리지까지 수익 인식, 2019년 제재 시기 기여

짧은 유효기한의 효과는 꾸준한 마일리지 소진과 소멸로 이어졌다. 마일리지를 포함한 이연수익 증가세는 유지하는 동시에 소진·소멸돼 수익으로 인식되는 규모 증가세도 지속할 수 있었다. 특히 진에어의 업황 부진 시기에도 마일리지는 고객층 유지에 활용된 동시에 회계상 수익개선에도 기여했다.

진에어의 신규 나비포인트 적립을 포함한 이연수익 발생규모를 보면 2017년 23억4000만원, 2018년 38억6000만원, 2019년 108억3000만원 등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엔 2020년 35억4000만원, 2021년 32억3000만원 등으로 줄었지만 2022년 50억6000만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객이 쌓아둔 마일리지를 항공권으로 바꾸면서 소진하면 나비포인트는 이때 새로운 진에어 수익으로 인식된다. 유효기한이 소멸돼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계약부채 의무가 해제되면서 회계처리상 자동적으로 수익금액에 포함된다.

마일리지 소진과 소멸을 포함한 수익의 인식 규모는 2017년 17억9000만원에서 2019년 104억원으로 481% 늘었다. 코로나19 기간 소진·소멸 규모도 소폭 줄었지만 고객 혜택으로 적립해주는 마일리지 규모를 역전했다.

2019년은 진에어로선 특히 힘든 시기였다. 조현민 ㈜한진 사장(당시 진에어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 논란으로 국토부로부터 1년 넘게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진에어 신기재 등록이나 신규 노선 개설 등이 제한됐다. 거론되던 면허 취소까진 피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직전까지 치열하던 LCC 경쟁 가운데 밀리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시기 신규 마일리지 발생과 소진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마일리지 발생은 진에어가 제재 영향을 상충하기 위해 운임 할인 이벤트 등 프로모션으로 항공권 판매 영업에 매진한 영향이 컸다.

마일리지 소진의 경우 진에어 나비포인트 유효기한이 짧은 만큼 그동안 마일리지를 쓰지 않던 고객들도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쓴 데 따른 것이었다. 마일리지 소진과 소멸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인식되는 만큼 회계상으로나마 수익성 개선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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