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SK그룹의 사업지주회사로 시스템통합(SI) 등 IT사업을 영위함과 동시에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느 지주사가 그렇듯 소속 임원들을 계열사에 겸직시키거나 계열사 임원을 지주사에 소속시켜 그룹을 통제한다.
특히 최태원 회장 외 사내이사로 등재된 인사들의 겸직현황에 따라 그룹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장용호 CEO와 이성형 CFO 체제가 들어선 이후 겸직 계열사에서 SK시그넷이 빠지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추가됐다.
◇SK실트론·이노베이션·E&S는 필수 겸직 계열사 SK그룹 지주사 SK에는 현재 사내이사가 3명 등재돼 있다. 최태원 그룹 회장과 CEO, 그린 TF장, 혁신신약 TF장을 겸하는 장용호 사장, CFO이자 재무부문장을 겸하는 이성형 사장이다. 그보다 직급이 높은 부회장 직함도 여럿 있지만 책임경영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은 3명으로 한정돼 있다.
그 중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의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다만 미등기 이사다. 등기이사로 된 곳은 SK가 유일하다. 이와 달리 장 사장은 9개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를 겸직하고 있다. △SK실트론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그 밖에 △SK Americas △SK China Company △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SK Pharmteco △SK Japan 등에서 디렉터 직함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기타비상무이사를, SK Pharmteco의 디렉터 보직을 겸하고 있다. SK 내 미등기 임원들도 계열사 보직을 갖고 있다. 신창호 PM부문장은 SKC와 SK E&S, SK에코플랜트, SK시그넷의 기타비상무이사 보직을 겸하고 있다. 김연태 바이오 담당 역시 SK바이오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이사회 소속이며 등기이사인 만큼 일반적인 임원들보다 큰 책임을 진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이사가 겸직하는 계열사는 그룹 내 상당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SK실트론은 SK가 직접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이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정유, 화학, 윤활유 등 에너지 사업부문의 중간지주사다. SK E&S는 에너지 사업부문을 먹여 살리는 젖줄인 계열사로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이 진행 중이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간지주사로의 변모가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 큰 적자를 냈지만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오던 선봉이었고 SK텔레콤의 경기를 가리지 않고 착실히 현금이 들어오는 캐시카우 계열사다.
◇박정호 부회장 물러서자 'SK 인사' 하이닉스 이사회 진입 계열사의 중요성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장용호·이성형 체제에 앞서 지난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었을 때는 겸직하는 계열사가 조금씩 달랐다.
조 의장은 SK실트론 기타비상무이사와 함께 SK China Company, 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SK Japan Investment, Atom Power Director 등 해외 계열사들 챙겼다. 장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SK시그넷의 기타비상무이사와 함께 SK China Company 등 4개의 해외 계열사를 맡았다.
당시 CFO로서 사내이사에 등재됐던 이성형 사장 역시 SK에코플랜트와 SK네트웍스, SK스퀘어 기타비상무이사로 겸직했다. 다만 이때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겸하는 사내이사는 없었다. 미등기 임원인 최규남 당시 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1팀장이 SK텔레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을 뿐이다.
작년에는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사내이사로 있었고 곽노정 대표와 박성하 SK스퀘어 대표가 이사회에 자리했다. 다만 지난해 말 박 부회장이 후선으로 물러서면서 SK 인사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들어왔다. 작년 반도체 불경기에 SK하이닉스는 조 단위 적자를 낸 반면 SK텔레콤은 탄탄한 현금창출력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그룹 전체의 구명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