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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LG전자 통한 1조 조달 의미는

박기수 기자  2023-03-30 14:59:19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THE CFO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봅니다. Market View는 기사 형식에서 담아내기 부족했던 시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담는 콘텐트입니다. 금리·환율·제도 등 매크로한 이슈를 비롯해 개별 기업의 재무, M&A, 주가,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이슈를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LG디스플레이, LG전자 통한 1조 조달 의미는

Summary

LG디스플레이가 3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LG전자로부터 1조원의 차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기 3년의 장기차입 형태이고 연 이자율은 6.06%입니다. 3월 30일 6500억원을 일시 차입하고, 나머지 3500억원은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대표이사)의 주관 하에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환 방식은 2년 동안은 이자만 내고, 마지막 해인 3년차에 원리금을 갚는 방식입니다. 1조원을 차입했다고 가정하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 매달 50억5000만원의 이자비용을 지급합니다. 연으로 따지면 606억원입니다.

LG디스플레이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통상 금융기관 차입이나 공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갑자기 금융기관도 아닌 같은 그룹내 계열사이자 모회사인 LG전자에게 1조원을 차입하는 것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롤러코스터같은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작년 수요 급감으로 최악의 실적을 냈습니다. 시장 평가도 자연스럽게 악화했는데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A+)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평가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조달 전략이 급변한 것은 올해 초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말 LG디스플레이는 사모채 시장에서 3770억원의 자금을 7%대 이율로 조달했습니다. 이어 기업어음(CP)으로도 3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이전에 찾아보지 못했던 패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LG전자로부터의 차입에서도 주목받는 점 중 하나가 바로 금리입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A+급 기업들의 등급금리는 약 4.6%입니다. LG디스플레이 등급전망인 '부정적'을 고려해 A0급을 살펴봐도 5%대 내외입니다. LG전자로부터 6%대 금리를 주고 자금을 끌어온 것은 '웃돈'을 주고 돈을 빌려온 셈입니다.

계열사들 간의 자금 거래는 많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올해 들어 사례가 하나 둘씩 생기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달 삼성전자의 20조원 차입입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연 이자율 4.6%에 20조원을 차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arket View

금융권 관계자 A

계열 지원 사례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LG디스플레이가 업황 불황으로 자본적지출(CAPEX) 등 투자를 당분간 축소하는 경향이긴 하다 보니 금융권 차입 수요가 당장 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또 공모채 발행 등을 준비하다 보면 실사 등 회사 상황을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부담도 있어서 가뜩이나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는 와중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LG전자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으면서 계열 지원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1조원이라는 목돈을 외부에서 차입하면 일각에서는 "왜 모기업으로부터는 지원받지 않느냐"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1조원이라는 자금을 모집하는 것도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고요.

LG전자와 LG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점을 일부분 보여주는 효과는 있었다고 봅니다. LG전자 주주들의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요.

금융권 관계자 B

조달 다변화 의미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발행만 하면 수요가 몰려들던 시기도 지났고, 작년 실적도 안좋아진 상황이라 LG디스플레이가 섣불리 공모 시장에 나서기 힘들었을 겁니다. 금융기관 차입도 분명 선택지였겠고요. 금융기관에서 차입이 되지 않아 LG전자를 찾는 그런 시나리오까지는 아니었을 거라고 봅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자면 금융기관 여신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금을 모집했다는 점이 있을 듯 합니다. LG전자는 3년 동안 이자수익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자금 소요가 많아지면 이번에 아낀 금융권 여신이 요긴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 A

부정적 시선에 공모 시장 나오기 꺼려한 것

아무래도 신용평가사 3사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고, LG디스플레이의 작년 연간 실적도 좋지 못했죠. (LG디스플레이 작년 연결 영업손익 -2.09조원, 순손익 -3.19조원) 올해 1분기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좀 커지다 보니 공모채 발행 등을 추진해도 수요예측이 어렵지 않나라는 심리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미매각 우려도 있으니 시장이나 금융기관을 찾기 보다는 차라리 계열사에서 차입을 해오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디스플레이 수요 전망이 좋지 못하다 보니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년 총차입금 증가 등 차입 부담이 커지기도 했고요(2021년 말 연결 총차입금 12.7조→2022년 말 15.06조). 올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쪽에 투자가 계속 들어가게 되는데,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확보가 안되는 상황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 임원들이 고육지책을 짜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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