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수년째 수천억원대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올레드(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차입을 확대한 후유증이다. 뜻밖인 점은 지난해 차입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자로 나간 돈이 소폭 줄었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본화된 차입원가' 등을 계산에 넣으면 실제로 금융비용이 절감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자본화된 차입원가 650억→ 1520억
2022년 연결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는 손익계산서상 이자비용이 4145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4341억원과 비교하면 200억원 정도 적은 금액이다. 2018년 800억원대에서 이듬해 1700억원, 2020년 3700억원 수준으로 매년 크게 늘다가 4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총차입금이 불어났는데 이자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말 리스부채를 포함한 연결 총차입금이 15조642억원으로 2021년(12조7481억원) 대비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단기 차입금과 장기 차입금을 각각 약 4조원씩 차입, 사채를 4500억원 규모로 발행했으며 이중 7조원 정도는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 총차입의 약 36.3%인 5조4748억원을 1년 안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차입금과 이자 규모가 반대 그래프를 그린 이유는 뭘까. 자본화된 차입원가의 영향이 컸다. 회계기준상 적격자산의 건설이나 취득, 생산과 관련된 차입원가(이자)는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의 원가에 더하도록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 공장을 짓느라 차입을 했다면 이 돈의 이자는 비용이 아니라 공장의 원가에 가산된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자본화된 차입원가는 1521억원으로 2021년보다 870억원 정도 많았다.
◇매출채권 처분손실 370억…합산시 총 이자비용 6000억
사실상 이자로 볼 수 있는 매출채권 처분손실도 규모가 적지 않다. 기업들은 금융기관과 ‘팩토링’ 약정을 체결해 매출채권을 은행에 양도하고 현금을 미리 받는 거래를 한다. 매출채권을 넘길 때는 보통 수수료를 줘야하는데 가령 LG디스플레이가 100만원짜리 매출채권을 양도하면 현금은 90만원이 들어오고 나머지 10만원은 이자 차원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팩토링은 매각(양도)과 매출채권 할인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회수되지 않은 채권에 대한 상환책임이 기업에 있는지 여부에 차이점이 있다. 은행이 매출채권을 넘긴 회사(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상환청구권을 가진다면 매출채권 할인이다. 100만원은 단기차입금, 10만원은 이자비용으로 분류된다.
반면 매출채권을 아예 팔아서 금융기관이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상환청구권이 없다면 매각이다. 이 때는 차입으로 잡히지 않고 자산에서 매출채권을 제거하는 형태로 회계처리가 이뤄지며 수수료는 매출채권 처분손실로 분류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가지 방식을 모두 쓰고 있다. 지난해 매출채권 할인으로 넘긴 매출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금액 3809억원이 단기차입으로 인식됐다. 또 양도계약을 통해 매각한 매출채권 가운데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금액은 578억원이다. 단기차입금으로 인식된 부분에 대해선 수수료가 이자비용, 매출채권을 양도한 부분에 대해선 매출채권 처분손실로 잡혔다. 매출채권 처분손실은 지난해 2022년 말 연결 기준 371억원이다. 2021년 50억원에 불과했으나 7배가 넘게 뛰었다.
자본화된 차입원가와 매출채권 처분손실을 합치면 1900억원 규모다. 이를 포함했을 때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이자비용은 6037억원에 달한다. 2021년 5036억원에서 1000억원이 늘었다. 2022년 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2조4724억원인데 그 4분의 1이 이자로 빠진 셈이다.
변동이자부 부채의 비중이 높다는 약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변동이자 차입이 고정이자 차입보다 많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총차입금 14조9914억원 중에서 약 60%인 8조9960억원을 변동이자율로 계약했다. 이자율이 1%p 오르면 약 500억원의 순손익이 깎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