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LG디스플레이가 모회사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한 것을 두고 업계의 반응이 갈린다. 우선 그룹 내부에서 이뤄진 자금 거래이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딜이다.
또 LG전자로서는 당분간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금 유입처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신용등급 전망이 악화한 가운데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로 차입을 진행해 시장의 의구심을 더 키우게 됐다.
◇LGD→LG전자 매월 이자 50억 지급
이달 27일 LG디스플레이는 모회사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밝혔다. 1조원 중 6500억원은 이달 30일 차입하고 나머지 3500억원은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결정할 때 차입이 이뤄진다. 3년 만기의 장기차입금이며 2년 동안에는 이자만 내고 마지막 해에 원리금을 분할 상환할 예정이다.
LG전자 입장에서는 1조원이라는 목돈을 내어주게 됐지만 나름의 '득'이 있다.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일 6500억원 차입이 진행되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에 연간 약 394억원의 이자를 지급한다. 매월 약 33억원의 현금이 LG전자로 유입되는 셈이다. LG전자 입장에서는 3년 동안 금융수익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는 유입처를 그룹 내부에서 마련한 셈이다.
나머지 3500억원의 추가 차입이 이뤄지면 LG전자로 유입되는 액수는 더욱 커진다. 총 차입액이 1조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부담해야 할 연 이자액은 606억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매월 약 50억원을 LG전자에 이자로 지급한다. 이자와 더불어 원금 분할상환 시점인 2026년에는 LG전자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 매월 약 88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채·CP 이어 또 '웃돈'주고 조달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인다. 목돈을 그룹 내부에서 마련했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LG그룹 외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다. 다만 신용등급(A+/부정적) 대비 높은 금리 수준으로 빌렸다는 점과 차입처가 금융기관이 아닌 그룹 비금융 계열사라는 점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하는 등 시장 평가가 좋지 못한 시기에 섣불리 공모채 발행 등을 추진하는 것이 더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차입액과 이자부담이 늘었고 더 비싼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열사로부터 차입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정성평가 과정에서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A+등급의 등급민평금리는 4.675%다. A0등급의 금리도 4.946%로 5% 내외 수준이다. LG전자로부터 차입을 진행하며 감내해야 할 이자율보다 훨씬 낮다.
LG디스플레이는 연 초부터 공모 대신 사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업계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LG디스플레이의 개별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LG디스플레이는 연 이율 7.2~7.25%로 사모채 3370억원을 발행함과 동시에 기업어음(CP)으로도 3000억원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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