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선(先) 배당금 확인,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내용의 배당정책 개편안을 마련해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 투자자들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배당 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같은 내용의 배당 정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배당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아직은 권고 성격이 강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2일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시를 통해 '기말 배당기준일 변경' 등 선진적 배당정책 시행을 위한 정관 수정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매 결산기 말일 또는 중간당 기준일 현재의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나 질권자를 대상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그 기준일 2주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쉽게 말해 '선(先) 배당금 확인,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존엔 배당받을 주주를 연말에 정한 뒤 이듬해 봄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왔다. 투자자는 배당금을 보고 투자할 수 없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미국은 분기 순이익이 확정된 후 즉시 배당금 지급을 결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고, 배당금·배당기준일·배당지급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주주총회 직후를 배당기준일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790개사 중 737개사가 결산기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등은 글로벌 마켓 접근성 평가에서 "한국의 배당 절차는 국제 관행과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유권해석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해 배당 절차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달 중 관련 내용을 담은 세부 안내자료를 배포하고 설명회를 개최한다. 개선을 적극 권고하고 정관 변경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게 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방침 역시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 법정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에 대기업들의 선택도 갈리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총회 안건에서 배당 절차와 관련한 정관 개정안을 제외한 반면 현대차는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이번 개정을 통해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 5.14배에 불과하다. 주가는 5년째 2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1조원 가까이 나오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배당 절차가 개선되면 배당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단기 매매 차익 목적의 투자 대신 장기 배당 투자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주친화적인 투자환경으로 인식돼 우호적인 투자처로 분류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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