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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Tracking

'애플바라기' LG이노텍, 아이폰에 발목잡힌 IR

'주요고객A'와 연맺은 10년간 가이던스 공시 중단, 높은 의존도 탈피 노력

문누리 기자  2023-02-21 17:15: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미국, 중국 등을 주요수출국으로 두고 있는 한국은 이들 국가의 규제나 정치·경제 이슈에 쉽게 휩쓸린다. 최근 지속되는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이같이 특정 국가나 수출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그 대상에 종속되기 쉽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무역협회 등을 통해 타국가에 대한 수출을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도 궁극적으로 특정 나라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주요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 장단점이 뚜렷하다. 먼저 해당 고객사가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캐시카우'가 보장돼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매출의 상당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그만큼 고객사에 종속된다. 해당 고객사 제품 수요가 둔화되거나 제품 출시가 지연되면 타격을 크게 받는다. 이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특정 전략까지도 고객사의 입김이 크게 들어갈 수 있다.

LG이노텍이 그렇다. 10년 전부터 애플에 아이폰 카메라모듈 등 주요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의존도가 커졌다. 애플로부터 버는 매출액이 전체 4분의 3에 육박하면서 LG이노텍의 IR전략까지 흔들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970년 금성알프스전자 설립 이후 40년 넘게 애플과는 상관없는 회사였다. 전기전자부품 제조와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면서 주로 LG전자의 가전, 휴대폰 관련 부품을 공급해왔다.


2000년 사명 변경한 이후에도 별다른 IR전략이랄 게 없던 LG이노텍은 2004년 방산사업을 매각한 뒤 2008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7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에 성공하면서다. 이후 2009년 1월 처음으로 공정공시를 통해 연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치를 공개했다.

당시 발표한 2009년 경영목표는 매출 2조3000억원이 전부였다. 같은 해 7월 코스닥상장법인 LG마이크론과 합병한 이후부턴 전망 공개 항목이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2010~2013년 공개한 경영목표에 매출뿐 아니라 투자계획까지 포함됐다. LG이노텍 본사와 해외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기준 매출 목표 외에 LED 투자와 반도체 패키지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됐다.

이랬던 LG이노텍이 2014년부터 돌연 관련 공시를 중단했다. 애플이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등장하면서다. LG이노텍은 비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고객사명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선 사업보고서에 기입된 '주요고객A'를 애플로 보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LG이노텍 관련 보고서에도 이 시기부터 애플이 등장한다.


주요고객A가 처음 언급된 LG이노텍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13년 연결회사 전체 외부고객으로부터의 수익 중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고객A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은 1조9286억원이었다. 이는 당시 전체 매출(6조2115억원)의 31%에 달한다.

이때부터 주요고객A의 매출 비중은 2014년 32.85%, 2016년 36.91% 등으로 점차 늘었다. 2017년 53.64%로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겼으며 2019년에는 61.75%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2020년(67.72%), 2021년(74.88%)에도 애플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됐다.


애플은 협력사와의 비밀유지협약 조건에 대해 철저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계약 관련 내용이 외부 노출되면 해당 계약을 파기하거나 협력사에 위약금을 물리는 방식 등이다.

이에 LG이노텍도 애플과 연을 맺은 뒤부터 더이상 연간 매출 목표나 투자 목표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 수치를 근거로 업계에서 애플의 연간 아이폰 생산량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매출의 상당수가 애플에 종속된 LG이노텍으로선 IR 정보 공개 발목이 잡힌 셈이다. 그나마 연간 실적보고서에 '비수기에도 완만한 매출 감소 예상, 전년동기 대비 성장세 지속' 등으로 향후 전망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로 표시하지 않은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선 관련 전망 내용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LG이노텍은 이같이 높은 애플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사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와 NDA를 맺으면서 이때부터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엄격히 비공개하고 있다"면서 "10년째 연간 가이던스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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