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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

HL만도, 그룹내 현금이동 ‘출발점’

[HL홀딩스]①로열티수익·배당수익 자본재분배 재원…HL만도 실적 호조에 의존도 심화

이민호 기자  2023-02-21 08:00:04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재분배는 저수지 역할의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본다.
HL그룹 지주사 HL홀딩스는 그룹 내 자본재분배 재원을 마련하는데 핵심 계열사인 HL만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HL만도가 지급한 배당금이 HL홀딩스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HL만도가 2021년부터 우수한 실적을 달성하면서 그룹 내 자본재분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HL홀딩스 자본재분배 핵심재원 ‘지주부문’…관계사 배당수익으로 현금흐름 확보

HL홀딩스는 2014년 9월 HL그룹의 지주사로 처음 출범했다. 당시 HL만도에서 제조사업부문을 분리한 HL만도가 신설회사가 되고 남은 투자사업부문이 HL홀딩스로 존속회사가 되면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HL홀딩스 사업지주사다. 2015년 7월 자동차부품 유통업과 물류업을 담당하는 완전자회사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자체 사업역량을 갖췄다.




HL홀딩스의 매출액은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HL홀딩스 자본재분배의 핵심 재원이 되는 것이 지주부문이다. 지주부문은 각 계열사가 지주사로 올려보내는 △로열티수익 △배당수익 △지분법손익으로 구분된다.

지주부문 매출액은 별도 기준 2018년 446억원에서 2021년 1254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1310억원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액에서 지주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6.6%에서 2021년 17.6%로,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18.8%로 매년 확대됐다.

지주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분법손익이다. 지분법손익은 종속기업과 공동기업을 제외하고 관계기업에 대해서만 투자지분 장부금액의 변동을 인식한다. 각 관계기업의 당기손익 중 지분 해당액을 합산해 도출한다. 이런 구분이 발생하는 이유는 재무제표 작성에서 종속기업과 공동기업 투자지분은 원가법을, 관계기업 투자지분은 지분법을 각각 적용했기 때문이다.

2021년 지분법손익은 950억원으로 전체 지주부문 매출액의 75.8%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80.0%(1048억원)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지분법손익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HL홀딩스 지분율이 각각 30.25%와 16.27%로 비교적 낮은 HL만도와 HL디앤아이한라(HL D&I 한라)를 포함해 대부분 핵심 계열사가 관계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지주부문 항목인 로열티수익은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 2020년까지는 260억원 수준을 유지했고 2021년에는 304억원으로 소폭 확대됐다. 로열티 수익은 각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된다. 각 계열사 매출액이 확대된데다 2021년 HL디앤아이한라에 대한 상표권사용료율을 인상한 영향이다.




또다른 지주부문 항목인 배당수익은 2021년부터 ‘제로(0원)’다. 이는 배당수익 항목에 원가법을 따르는 종속기업과 공동기업으로부터의 배당수익만 포함하고 지분법을 따르는 관계기업으로부터의 배당수익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속기업과 공동기업으로부터의 배당수익은 2019년까지 60억원, 2020년에는 50억원이 발생했으며 2021년부터는 전무했다.

이 배당수익은 HL홀딩스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던 공동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로부터 수취한 것이다. HL홀딩스는 2021년 3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전량을 HL만도에 825억원에 매각하면서 2021년부터는 이 배당수익마저 인식하지 않게 됐다. HL만도는 2021년 12월 HL만도 ADAS사업부문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를 합쳐 HL클레무브를 완전자회사로 출범시켰다. 제이제이한라나 HL위코 등 나머지 종속기업들로부터는 애초 배당수취액이 없었다.

대신 관계기업 배당수익은 현금흐름으로 표시된다. 수취한 배당금이 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지분법에 따라 관계기업 배당수익을 현금흐름표에 따로 계상한 결과다.

최근 수년간 HL홀딩스의 관계기업 배당수익은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관계기업 실적에 따라 배당수취액을 조절해왔기 때문이다. 관계기업 배당수익은 2019년 79억원, 2020년 86억원이었다가 2021년 26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187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재분배 재원 ‘HL만도’ 의존…비경상 현금유입으로 보완

HL홀딩스가 자본재분배 재원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곳이 HL만도다. HL만도가 HL그룹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먼저 지분법손익을 보면 2021년 전체 지분법손익 950억원 중 323억원이 HL만도였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전체 1048억원 중 790억원이 HL만도였다. 다만 2020년에 한해 HL만도 지분법손익이 마이너스(-) 3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HL만도 순이익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 포함되는 관계기업 배당수익에서도 HL만도에 대한 의존도가 잘 드러난다. 2019년 관계기업 전체 배당수익이 79억원으로 이 중 71억원을 HL만도가 책임졌다. 2020년에는 86억원 중 78억원이 만도였다. 2021년의 경우 관계기업 전체 배당수익이 263억원지만 HL만도는 ‘제로’였다. 이는 HL만도가 2020년 순이익 부진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HL만도의 결산배당은 2021년 HL홀딩스 배당수익으로 인식된다.

대신 2021년에는 HL디앤아이한라가 전체 배당수익의 대부분인 253억원을 책임졌다. 이는 HL디앤아이한라가 2018년과 2019년 배당가능이익 부족으로 배당을 지급하지 못했던 것을 2020년에 실적 호조로 3년치를 일시 지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HL홀딩스는 2013년 4월 HL디앤아이한라가 발행한 3164억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전량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배당수익이 큰폭 뛰었다. HL디앤아이한라는 2021년 9월 250억원 규모, 지난해 6월에는 1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잇따라 사들여 소각한 상태다.

HL홀딩스는 로열티수익, 배당수익, 지분법손익 외에도 보유자산 매각으로 비경상적인 현금유입을 만들어내고 있다. 2021년 3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분 전량을 HL만도에 825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HL디앤아이한라 전환우선주 일부 매각으로 350억원을 유입했다. 지난해 9월 보유 중이던 한라스택폴 지분 20% 전량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해 703억원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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