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자동차 부품업체 HL만도가 2년 연속 매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북미 전기차 업체 성장에 발맞춰 매출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올해도 외형 성장을 기대하며 매출 가이던스를 지난해 실적 대비 12% 상향했다. 사업 호황기를 맞이한 정재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HL만도의 매출 8조원 시대를 열지 관심이 모아진다.
HL만도는 2014년 HL홀딩스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출범 이후 CFO가 세 차례 바뀌는 동안 IR 전략은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매년 매출 전망치를 빠짐없이 공개하고 있으며 수익성 예측에 한계가 있는 부품업 특성상 영업이익은 제외하고 있다.
지난해 HL만도 매출액(이하 연결기준)은 7조5147억원을 기록했다. 가이던스 6조9101억원을 9% 초과하고 전년 대비 22% 성장하며 처음으로 매출 7조원대 구간에 진입했다. 2021년에 가이던스 초과 달성률 2%와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2020년을 기점으로 북미 시장에서 수주를 지속한 점이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HL만도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의 매출 기여도는 23%로 2021년 18%와 비교해 비중이 커졌다. 북미 내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국내 증권 업계에서는 가격 인하와 원가 혁신 등을 통해 올해도 판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HE CFO에 따르면 HL만도는 과거 3년 동안에도 매출 가이던스 달성률이 평균 97.76%로 실적치와 예측치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전방산업인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 정체기를 겪었던 2019~2020년 사이에도 영업 환경을 감안해 현실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HL만도는 올해도 해외 매출 증대에 자신감을 보이며 공격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연간 매출 목표치를 8조4844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잠정 매출액과 비교하면 1조원 가까이 증대된 규모로 13%가량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 가이던스로는 2027년까지 연 평균 10%씩 매출 신장을 이룬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현 시점에서 아쉬운 부분은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지난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고자산 평가손실과 매출채권 손실 보전 등의 일회성 지출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2479억원에 그쳤다. 예측가능한 비용을 지난해 모두 회계처리에 반영한 만큼 올해는 수익성 개선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HL만도의 재무 임원 정재영 부사장은 수익성이 부진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배당금액을 책정했다.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지배주주 순이익의 20% 정도를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작년에는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지배주주 순이익도 전년 대비 42% 감소한 977억원이었다. 배당 정책상 결산 배당금액은 195억원이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235억원으로 결정했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HL만도의 주가 회복 여부도 관심거리다. 16일 종가와 지난해 잠정 당기순이익을 고려하면 현재 HL만도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9배 수준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HL만도의 비교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앱티브(Aptiv), 현대오토에버 PER이 각각 46배, 30배인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 상태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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