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만족스럽지 못했던 프리IPO 성적표를 받았던 SK온은 최근 약 3조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다만 3조원 유상증자가 조달의 끝은 아니다. 목표했던 시설투자를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조달'이 핵심인 상황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전격 교체하며 재무 라인에 본인의 색을 입혔다. 작년 10월까지 SK온의 CFO는 SK이노베이션 시절부터 세무·자금·회계 등 재무 관련 업무를 맡다가 분할 이후 SK온으로 이동했던 김영광 부사장이었다.
이 자리가 한국SC은행 출신의 김경훈 부사장으로 대체됐다. 김 부사장은 최 수석부회장이 졸업한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SC은행 등을 거쳤다. 김 부사장은 올해부터 김영광 부사장을 대신해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CJ대한통운에서 일하던 박노훈 부사장도 최재원 부회장이 영입한 인물로 분류된다. 박노훈 부사장은 JP모간과 미래에셋증권에서 M&A 업무를 총괄하다가 2018년 CJ대한통운으로 이동해 M&A를 담당했다. 그러다 작년 5월 SK온으로 합류했다.
동시에 KB증권에서 M&A 업무를 맡았던 김지남 부사장도 박노훈 부사장과 함께 영입됐다. 김지남 부사장은 UC버클리대학을 졸업했다.
김영광 부사장은 CFO직을 내려놓긴 했으나 재무담당 임원으로 역할을 유지한다. 이외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SK이노베이션에서 파이낸셜 이노베이션 그룹장을 맡았던 박종욱 부사장도 여전히 재무담당으로 근무 중이다. 다만 무게추는 작년 말 CFO와 사내이사로 부임한 김경훈 부사장 쪽으로 쏠린다.
SK온은 작년 프리IPO 작업을 단행하면서 시장의 평가를 받았지만 시원치 않았다. 투자자인 한투PE 외에도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국내·외 투자자들과 협상을 단행했지만 금리 상승 등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프리IPO가 진행된 지 시간이 크게 흐르지 않았고 작년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요소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연간 영업손실이 약 1조원이라는 사실이 공식화됐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를 통해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로 마이너스(-) 99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들은 미국과 국내에서 IB업무를 맡았던 뱅커 출신인 김경훈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으로 꼽힌다. 쉽지 않은 상황 속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을 상대했던 뱅커 출신 CFO를 필두로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김경훈 부사장은 검토 중인 작업인 약 3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