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막 1년이 넘은 SK온의 행보는 '공격적'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2025년 글로벌 3위'라는 목표 하에 빠른 투자를 실시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같이 업력이 긴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보니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했던 탓이다.
사업의 빠른 확장을 뒷받침하는 재무조직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외부투자와 레버리지를 활용해 '조단위'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SK온은 각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춘 외부인재를 의욕적으로 영입했다. 최근에는 증권사와 은행에서 기업금융과 관련된 이력을 쌓은 인물을 영입, 재무총괄에 앉혔다.
◇재무조직 총괄하는 김경훈 부사장SK온의 재무조직을 총괄하는 인물은 지난 10월 말 재무담당으로 영입된 김경훈 부사장이다. 1973년생인 김 부사장은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SK온 임원 중에서는 어린 편이 아니다. 재무와 관련된 다양한 조직을 총괄한다는 점, 기존 재무담당 김영광 부사장이 1969년생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젊은 리더십'으로 교체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SK온의 다른 임원들과 비슷하게 김 부사장 역시 탄탄한 경력을 갖췄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부 이사로 재직했고 이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도 부동산금융부와 글로벌기업금융부를 거쳤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기업부문장(전무)으로 있었다.
SK온이 김 부사장을 영입해 재무조직을 총괄하도록 한 인사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해 보인다. 투자유치를 통한 자금조달에 재무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SK온이 계획 중인 투자계획은 2025년까지 23조원에 달한다.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최대 1조320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게 되며 '급한 불'은 끈 상태다.
IPO를 2025년 이후로 미뤄둔 만큼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이와 동시에 연결 부채비율 293.4%(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9조9388억원으로 치솟은 레버리지 지표를 안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흑자달성을 위한 비용관리, 사업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및 투자활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SK온 재무라인, 변화는엄밀히 말해 김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김 부사장이 맡은 재무조직들은 최영찬 경영지원총괄 사장 산하에 있다.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최 사장은 SK그룹에서 재무보다는 전략과 경영관리 등의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SK텔레콤으로 입사해 기업사업전략담당, 기업사업전략 본부장 등을 지냈고 SK㈜에서 비서실과 비서2실을 모두 거쳤다. 경영지원총괄로서 재무는 물론 인사, 전략 등을 두루 아우르는 역할이다. 내부적으로도 최 사장을 CFO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재무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은 실질적으로 김 부사장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재무담당으로 이사회에 참여해온 김영광 부사장은 김경훈 부사장 산하 재무조직을 이끈다. 김경훈 부사장은 재무담당이지만 산하에 재무는 물론 Financial Strategy, 기획을 비롯해 자금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다양한 조직을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영광 부사장과 함께 자금조달 등 재무이슈를 커버하며 투자·기획 등 전반적인 재무 관련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CFO는 아니지만 재무조직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CFO의 역할을 일부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