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이사회도 성장과 효율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회사 경영진인 사내이사 5명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소속 2명이 감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로 초대 SK온 이사회를 꾸렸다. 사실상 이사회 전원이 SK온 측 인물로 구성된 것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사내이사 1인만 태스크포스(TF) 차출로 이사회를 이탈했다.
김영광 재무담당 부사장은 SK온이 출범한 2021년 10월부터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재무담당으로 이사회에 참여했다보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지만 완전히 CFO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출범 이듬해인 3월 재무본부장으로 박종욱 부사장, 경영지원총괄로 최영찬 사장(당시 부사장)이 부임하며 조직도상 윗단에 위치하는 임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CFO의 역할을 한다고는 해도 재무부문에서 '최고' 책임자라고 보기에는 명쾌하지 않은 구석이 존재했다.
특히 초창기 SK온의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회사 소속 임원으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 △지동섭 사장 △김영광 부사장 △김유석 부사장(현 SK㈜ 업무지원실 임원) △이장원 부사장이 있었다.
이중 대표이사인 최 수석부회장과 지 사장을 제외한 직책을 살펴보면 김유석 부사장은 경영전략본부장, 이장원 부사장은 배터리연구원장이었다. 김영광 부사장은 재무실장으로 나타났다. 본부장과 연구원의 조직 규모가 '실'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부문만 실장급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소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SK온은 비상장사로 3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상법상 등기임원은 주주총회를 걸쳐 선임해야 한다. 상장사나 지분구조가 복잡할 경우 등기임원의 변동을 위한 절차가 복잡한 셈이다. 하지만 SK온은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과정 자체가 크게 까다롭지는 않다. 등기임원 변경이 없었던 배경이 단순히 임기나 절차 때문만은 아닐 가능성이 큰 것이다.
김영광 부사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입사해 오랜기간 재무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점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SK온 분사 직전까지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재무기획실장으로 일했다.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재무 전반을 관리하며 SK온 출범 당시 재무적으로 관여했다는 뜻이다.
아직 SK온의 의사결정에는 SK이노베이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이사회만 살펴봐도 김준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과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또 감사로는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김영광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 측 임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할 뿐 아니라 모회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 사정을 적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SK온 이사회에 김영광 부사장이 참여할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직전까지 재무본부장 역할을 했던 박종욱 부사장의 경우 SK이노베이션에서 주로 투자와 관련된 업무를 맡아왔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관련 조직은 재무본부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하는 최영찬 사장은 직전까지 지주사 SK㈜에서 비서2실장으로 있었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집중도 측면에서 재무담당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기에는 김영광 부사장이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SK온이 공격적인 레버리지 활용으로 재무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있는 만큼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임원보다는 재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배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재무조직 총괄로 영입된 김경훈 부사장 역시 비슷한 이유로 당장은 이사회에 진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부사장의 이력도 투자·파이낸싱에 집중돼있다. SK온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김영광 부사장이 사내이사 직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SK온의 배터리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면 이사회 구성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SK온의 조직진용 완성이 가까워지고 있고 흑자전환도 가시권에 들어있다. 기업공개(IPO) 준비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사외이사 선임과 위원회 설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