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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리밸런싱

넷마블, 외부조달 최소로…주식·채권 투자 '속도 조절'

⑧이자비용 절감 총력…'스핀엑스·카밤' 등 북미 자회사 법인세 리스크, NCF도 주춤

손현지 기자  2022-12-26 07:58:55

편집자주

기업들이 예·적금 재테크에 한창이다. 고금리 기조에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해 정기예금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꿔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노리고 있다. 각사의 투자 전략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조명해 본다.
넷마블은 상장 게임사사 중에서 주식이나 채권 운용 활동이 활발한 회사다. 꾸준히 공정가치금융자산이나 투자부동산을 취득했으며 장기보유로 이자수익을 취하거나 시의적절하게 매매차익을 누리기도 했다. 금융투자 활동이 현금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곤 했다.

하반기엔 유독 금융투자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안팎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 넷마블은 해외매출이 전체의 83%를 차지해 법인세 지출이 크다. 비용을 상쇄할 만큼 본업에서 수익이 나야하는데 신작 모멘텀 부재로 쉽지 않았다.

외부조달 환경도 그리 좋지 않다. 금리인상 기조에 이자율도 높아진 상태다. 이미 스핀엑스 M&A로 재무 부담도 가중된 상태라 투자 리스크를 최대로 줄여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신작부재+법인세' 이중고…NCF 부진

넷마블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예금상품에는 그리 적극적이진 않은 편이다. 일정기간 돈이 묶이는 '위험'을 지양한다. 현금성 자산 중에서도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금융상품은 20%가 채 안될 정도로 비중이 적다. 단기금융상품은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정기예금, 초단기수익증권(MMF) 등 예금상품들을 포괄한다.


고금리 기조에도 이런 자금운용 전략을 고수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달 3.25%까지 올리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5~6%대로 치솟았고 일부 기업들은 예금재테크(예테크)에 나섰다. 그런데도 넷마블은 9월 말 가용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8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 1조5404억원에 비하면 42%나 줄어든 규모다.

그간 적극적이던 주식이나 채권 투자도 올해 만큼은 자제했다. 유가증권시장 약세와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투자시장이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유입량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

넷마블은 유독 법인세 지출 부담이 큰 회사다. 해외매출이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별 세법에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자회사 카밤 등이 속해있는 북미지역 세금부담이 큰 편이다. 지역별 매출 비중도 북미가 48%로 가장 크다. 나머지는 한국 17%, 유럽 13%, 동남아 9%, 일본 7%, 기타6% 등이다.


이러한 이유로 넷마블은 세금 지출분을 상쇄할 정도로 현금을 벌어들여야 한다. 작년 말 넷마블의 법인세비용의 평균유효세율은 31.61%에 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8.8%, 외국납부세약을 제외하면 18.1%다.

하지만 올해는 법인세비용을 차감하기 전부터 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7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신작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데다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높아졌다.

여기에 법인세 비용이 가중되자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악화됐다. 9월 말 법인세 납부액은 5337억원으로 전년 동기(910억원) 보다 무려 6배 많았다. 순수 영업으로만 벌어들인 현금을 보면 3148억원으로 오히려 작년 9월(1995억원) 보다 증가했으나 각종 비용이 차감되면서 영업활동에서 총 236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올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면서 누적 손실이 850억원 가까이 쌓였다.

◇이자비용 3배 증가…신규차입·투자 축소

금리인상으로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외부조달 조차 쉽지 않았다. 올해 1~9월까지 차입금 등에 대한 이자비용은 767억원으로 전년 동기(183억원)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신규 차입은 최소화했다. 올해 1~9월까지 장·단기 차입금은 총 86억원으로 전년동기(5280억원)에 비해 크게 줄였다.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넷마블은 지난 8월에는 홍콩 소셜카지노 자회사인 스핀엑스에 대해 2800억원 유상감자를 진행했다. 스핀엑스(2조8000억원)를 인수할 당시 1조5000억원을 해외 투자은행에서 달러로 빌려온 바 있다. 스핀엑스에 투자된 돈을 넷마블로 다시 옮기고 외화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비용, 세금절감 등 효과를 꾀했다.


올해는 신규 투자도 자제하는 기조다. 비유동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취득분은 작년 3473억원에서 올해 9월 1364억원으로 줄었다. 하락장 여파로 투자환경이 악화되서다. 관계기업 중 코웨이 공정가치는 올초 12조3773억원에서 9월 말 9977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이브의 지분가치도 2조6283억원에서 1조1666억원으로 떨어졌다. 전체 공정가치금융자산은 2조원대에서 올해 9월 말 8328억원으로 떨어졌다. 넷마블은 대부분 지분증권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으로 분류해 당장 매도 계획은 없는 게 다행이다.

관계기업투자주식 신규 취득도 줄였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원유니버스', 빅데이터 컨설팅 회사인 '빅디퍼', 빅데이터 분석 회사 '에이아이스페라' 지분율이 축소됐다.
3분기 중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사인 밀리언볼트의 지분을 16.91% 획득했다.

유형자산, 투자부동산 취득분도 감소했다. 투자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임대수익이 매년 30억원씩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밖에 미수금, 대여금까지 상환받으며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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