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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넷마블 PMI' 주도한 서장원 1인 체제로

'장수 CEO' 이해선 부회장 퇴임…가전업 위기에 오너 책임경영 본격 수순

손현지 기자  2023-01-05 08:28:16
코웨이가 '모회사' 넷마블 경영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작년 한해 코웨이의 이해선 부회장과 넷마블 출신인 서장원 사장이 각자 대표로 군림하며 투톱 체제를 고수해왔지만 올해부턴 서장원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선언했다.

코웨이의 단독대표 체제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서 사장은 일찍이 2020년부터 코웨이로 건너와 이 부회장과 함께 넷마블과의 인수후합병(PMI) 임무를 수행했다. PMI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만큼 오너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지난 일년간 인수인계를 해주며 사실상 퇴임 수순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가전업계 위기경영 모드가 발동하면서 책임경영 필요성이 커진 이유도 작용했다. 각자대표 체제 하에 이 부회장은 대외활동과 조직관리, 서 사장은 미래전략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왔던 것과 달리 1인 경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이해선 코웨이 비상근고문, 서장원 코웨이 사장(단독 대표)
◇이해선, 6년 코웨이 CEO 역할 종지부

코웨이는 지난 2일 이해선·서장원 각자대표 체제에서 서장원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해선 부회장은 퇴임 후 비상근 고문으로 코웨이의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된다.

갑작스런 퇴임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부회장은 코웨이에서 '장수 CEO'로 여겨질 만큼 오랜 임기를 이어온 인물이다. 어느덧 그의 나이도 68세, 고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주인이 수시로 바뀐 코웨이에서 오랫동안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인수한 MBK를 시작으로, 재매입한 웅진그룹 시절, 넷마블에 인수된 후에도 총 6년간 신임을 받았다.

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첫번째 비결은 코웨이의 꾸준한 성장 기조에 가담했다는 점이다. 그는 매번 무난하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마케팅'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는 지난 2017년 코웨이에 합류한 뒤 IoT, 환경가전 등 새로운 트렌드에 기민하게 적응해왔다. 기존 2조원대였던 매출을 작년 4조원대까지 두배 가량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과의 인연도 크게 작용했다. 이 부회장은 코웨이 합류 전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장, CJ제일제당 대표, CJ오쇼핑 대표를 역임하며 CEO로서의 역량을 쌓아왔던 인물이다. 당시 방 의장 역시 CJ인터넷, CJ게임즈를 이끌었던 시절이라 두 사람은 그룹 임원회의에서 인연을 텄다.

그의 경영능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방 의장은 코웨이 인수 후에도 3년 더 대표이사직을 맡길 정도로 그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보였다. 코웨이에 넷마블 DNA를 심는 PMI 과정에서 이해선 부회장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했다.

◇1년 만에 사라진 부회장직

방 의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작년 부회장직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부회장직이 생겨난 건 자그마치 10년만의 일이다. 코웨이는 모회사가 MBK파트너스로 바뀌던 2011년 이후 대부분의 임원들이 '사장'직을 끝으로 퇴임수순을 밟았다. 코웨이 뿐 아니라 넷마블을 통틀어서도 부회장 직급은 전무후무했기에 상징성도 남달랐다.

서장원 대표의 사장 승진 절차를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 대표는 방 의장의 '최측근'으로서 넷마블 출신으로 코웨이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방 의장이 서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킬 경우 선임자인 이해선 대표(사장)에 대한 보은인사는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서 대표의 사장 선임을 위해선 이해선 대표의 부회장 승진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이 부회장의 퇴임과 함께 부회장직은 일년 만에 다시 사라졌다.

◇방준혁의 '믿을맨' 서장원, '위기경영' 본격

서 사장은 올해 가전업계 위기와 함께 본격적으로 코웨이의 1인자로 군림하게 됐다. 방 의장이 코웨이를 인수한 뒤 가장 먼저 서 사장을 코웨이로 보낸 것도 사실상 그를 CEO로 점찍어놨기 때문이다.

서 사장은 방 의장을 도와 코웨이의 인수부터 PMI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2019년 코웨이 인수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양사 협업을 조율해왔다. 2020년 합병초기 코웨이의 경영관리본부장(CFO)를 맡아 새로운 재무전략 전반을 세팅해왔다. 2015년 넷마블 합류 전에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선임 미국변호사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2021년부터 코웨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는데 글로벌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코웨이의 해외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서 대표는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일본과 유럽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신규시장도 공략에도 공을 들였다.

코웨이에서 지난 3년간 재직하면면서 회사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진출 확대에 기여했다. 통합 IT 전담조직인 'DX(Digital Transformation)센터를 출범시켰고 디지털 랜탈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기도 했다.

서 사장은 올해부터 단독 대표로 선임되며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위기에 강한 코웨이, 도전하는 코웨이'로 설정했다. 본연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 신성장동력도 확보해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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