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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지배구조 분석

회장 '밀실 선임' 논란 고리 끊을 수 있을까

②승계 카운슬→CEO후보추천위원회, 원칙 및 회의 내용 비공개 원칙

박기수 기자  2023-01-12 16:01:18
역대 '잡음 없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이 있었을까. 포스코 역대 회장들은 '잔혹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하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 회장들의 석연찮은 중도 퇴임과 신임 회장의 탄생 모두 정부의 입김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냐는 시선이 이어졌다. 포스코 회장이라는 주제는 재계를 넘어 정치권 논쟁의 단골손님이었다.

현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운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이 되면서 수난사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포스코가 빠지고, 포스코 대주주인 국민연금 CIO는 포스코의 CEO 선임을 '셀프 연임', '황제 연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포스코 회장들이 중도 퇴임을 결정했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번에는 잡음 없는 깔끔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할까. 업계 일부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 회장 선임 과정을 보다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분류된다. 새로운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하면 포스코 내부에서는 '포스코 승계 카운슬(Council)'을 구성한다. 승계 카운슬은 회장 후보군을 선발하고 이를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로 회부한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들 중 최종 후보 1인을 추려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후보 1인은 회장이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승계 카운슬이나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기본적인 운영 원칙이나 구성 인원, 회의 내용 등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승계 카운슬의 경우 사외이사로만 이뤄졌던 적도 있고, 대표이사 1인과 사외이사로 이뤄졌던 적도 있다. 전직 회장인 권오준 전 회장 사임 이후 승계 카운슬이 열렸을 때는 권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승계 카운슬을 구성했지만 권 전 회장이 카운슬에서 중도에 빠졌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이지만 사업보고서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설 위원회가 아니라 필요할 경우 열리는 한시적 위원회이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시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위원회의 활동 규칙이나 회의 내용 등을 외부에서 알 길이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만큼이나 지배구조 투명성이 확보됐다고 평가받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회장 선임 과정과 관련한 위원회에 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외부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의 경우 매년 발간하는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통해 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책임, 구성, 선임 기준, 활동내역 및 평가, 대표이사 후보 추천 관련 사항 등 상세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다. 위원회 규정에는 위원회 의사에 관해서는 의사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돼있기도 하다.



세부 사안에 대해 '비공개'를 전제로 깔고 가는 포스코는 2018년 승계 카운슬에서 잡음이 생겼던 바 있다. 후보 지원 마감 이후 후보 3명을 추가하면서다. 원리·원칙과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깜깜이 인선', '밀실 인선'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공정성을 헤치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 5월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CEO후보 기본자격 요건'을 신설했지만 이를 통해 외부 영향을 차단하고 잡음을 없앨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포스코가 신설한 CEO후보 기본자격 요건은 포스코그룹 CEO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자 또는 포스코그룹 주요회사에 준하는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의 경륜을 갖춘 자로 최근까지 경영일선에서 경영감각을 유지한 자 등이 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승계 카운슬이나 CEO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인원이나 회의 내용, 회장 후보 선발 시 배경이나 이유 등을 공개해야 인선 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지금까지 고수해온 비공개 원칙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면 관련 논란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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