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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실탄 조달수단...브릿지론·CB·CP 다양하게 구사

EB도 활용했으나 '현금유출' 초래

박동우 기자  2023-01-10 17:01:1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경영권 인수, 지분 매입 등 투자를 원활히 이어가려면 실탄을 조달해야 한다. 카카오는 자금을 확보키 위해 폭넓게 접근했다. 브릿지론, 전환사채(CB), 기업어음(CP) 등 다양한 수단을 구사했다.

교환사채(EB)도 자금 조달 방안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2022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조기 상환 요구에 직면하면 막대한 현금이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로엔 M&A로 조달책 부각, 단기성 차입→만기 장기화

카카오가 M&A 재원 마련을 구체적으로 모색한 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원 스트리밍 앱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자금 조달 의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분 76.4%를 1조8743억원에 사들이는데, 유동성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2015년 말 별도 기준으로 카카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5525억원에 불과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진행하면서 카카오는 내부 유보금 3200억원을 썼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갖고 있던 투자자와 7544억원 규모의 카카오 신주를 맞바꾸는 지분 스와프(stock swap)도 병행했다. 나머지 금액은 브릿지론으로 충당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계약을 맺고 8000억원을 빌렸다. 6개월 만기에 연 2.36%의 이율을 적용했다.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나, 8000억원의 브릿지론을 차환하는 게 관건으로 떠올랐다. 당시 카카오는 외부 조달 수단을 적극 활용했다. 2016년 3월에 만기 3년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70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해 4월에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된 공모채를 찍어내 2500억원을 확보했다.

전환사채(CB)로 차환하는 방안도 구사했다. 201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CB 발행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늘렸다.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한 뒤 2500억원어치 CB를 찍었고, 메리츠증권(1500억원)과 삼성증권(1000억원)이 물량을 사들였다.

◇희비 엇갈린 EB 발행

카카오 경영진은 M&A 실탄 조달 수단으로 교환사채(EB)도 눈여겨봤다. EB는 발행사가 지정한 주식으로 바꿀 권리를 투자자에게 부여한 채권이다. 투자자들이 뒷날 사채를 자사주로 교환하면 발행 기업은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총계가 늘어나는 만큼,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기대효과까지 염두에 뒀다.

2016년에 2억달러(23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면서 첫 발을 뗐다. 이때 확보한 자금은 로엔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실행한 브릿지론 금액 일부를 차환하는 데 썼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고, 아시아·유럽의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EB 만기는 5년으로, 국민은행이 신용 보강을 제공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활약했다.

당초 EB 교환 대상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이었으나 2018년에 카카오 주식으로 바뀌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로 흡수 합병됐기 때문이다. 주당 교환 가액은 12만8386원으로 책정했다.

EB 투자자들은 2020년 상반기에 EB를 카카오 주식 179만주로 바꿨는데, 주가 상승의 흐름을 타고 2배 웃도는 수익을 실현했다. 자연스레 카카오는 EB 상환 부담을 해소했다.


주가 우상향에 따라 수혜를 입은 카카오는 2020년 10월에 3억달러(3395억원) 규모의 EB를 새로 발행했다. 주당 47만7225원에 카카오 주식 71만주를 바꾸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후 교환 가액은 현금배당과 액면분할 등의 영향으로 9만5359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한 2022년 10월 카카오의 주가는 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버블 붕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주가가 EB 교환 가격보다 낮았던 만큼,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을 요구했다.

카카오는 투자자들에게 2억6830만달러를 지급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려 현금 유출액은 2020년 하반기에 조달한 규모(3395억원)를 뛰어넘는 380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 주식 시장의 위축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EB를 발행한 결정이 실책으로 작용한 셈이다.

◇카카오엔터는 프리IPO 라운드 사활

최근 3년새 래디쉬, 타파스 등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두각을 드러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업어음(CP)으로 M&A 종잣돈을 마련했다. 2021년 7월에 3000억원어치 CP를 찍어냈다. 만기 구성은 3개월(700억원)과 1년(2300억원)으로 짰다. 금리는 연 1%대 중반 수준으로 정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차입금 만기 구조를 길게 가져가는 노력을 병행했다. 2022년 7월에 2년 만기 회사채를 1000억원어치 발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리는 연 4.6%로 정했는데, 조달한 자금은 CP를 갚는 데 썼다.

외부 투자 유치에도 사활을 걸었다. 1조2000억원 안팎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H&Q코리아 등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재무적 투자자(FI) 합류를 타진했다.

다만 자산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밸류에이션은 많이 낮아졌다. 2022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20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됐다. 최근 제시된 밸류에이션은 10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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