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재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업이었다. 고대하던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포문을 열고 조원대 투자를 연이어 이어갔다. 기준금리 상승 등 근 몇 년과 비교하면 급격히 경색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거대 규모의 자금이 입·출금 되는 와중 후방에서 가장 큰 조력자 역할을 맡았던 인물은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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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시대 마지막에 '10조' 조달물적분할에 이은 기업공개(IPO)로 연초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1244억원이라는 국내 IPO 역사상 최대 자금을 조달했다. 기관 수요예측은 2000대 1을 돌파했고 전체 주문 규모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경'원대 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탄생과 IPO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 2022년 말 현재 시장 분위기는 대기업들이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물적분할을 꺼리는 추세다. 주주 이익과 상충되는 결정이라는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직접 밝힌 상황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은 2년 전인 2020년에 이뤄졌다. 당시도 소액주주들의 논란이 거셌지만 LG화학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넘길 수 있었다.
IPO 시점인 올해 초는 유동성 시대의 마지막 시점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IPO가 끝난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투자자 심리가 위축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비롯해 기준금리가 계속해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고, 올해 말에는 레고랜드 사태 등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IPO를 단행하면서 이런 리스크들을 모두 피해갔다.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 덕에 대규모 투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GM과의 제3합작공장(10억5000만달러)을 비롯해 ES America 출자(5억4200만달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NextStar 출자(14억6400만달러), 오창2공장 신규 시설(5818억원), 혼다와의 합작 법인 출자(18억200만달러)를 차질없이 단행할 수 있었다.
올해 예고됐던 조원대 자본적지출(CAPEX)도 무리없이 진행됐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출자 계획 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난징법인(총 출자액 4억7130만달러) △GM 제1합작공장(9억1601만달러) △GM 제2합작공장(9억3350만달러) △미국 미시간 법인 출자(6억8100만달러) 등 여러 프로젝트들에 대한 자금 출자가 있었던 해다.
올해 3분기 말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CAPEX로 약 4조117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1분기 말 이 부사장이 밝힌 LG에너지솔루션의 CAEPX는 약 7조원이다. 4분기에도 많은 CAPEX 지출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아직 최종 투자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애리조나주 연산 11GWh 규모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 신설(약 1조7000억원)까지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CAPEX로 7~8조 예상…재무구조·크레딧 사수 '과제'엄청난 투자가 연달아 이뤄졌음에도 10조원이라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된 덕에 재무구조는 건전한 축에 속한다. IPO가 이뤄진 직후인 올해 1분기 말 LG에너지솔루션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79.9%, -14.7%이었다. 이후 4조원 가량의 CAPEX 지출이 이뤄진 올해 3분기 말에는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이 88.5%, 9.1%까지 상승했다. 여전히 우량한 수준의 재무구조다.
아직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도 CAPEX 규모에 대한 예고를 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올해 수준으로 약 7~8조원의 CAPEX 지출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전 투자와 마찬가지로 올해 결정된 굵직한 투자는 모두 일시불이 아닌 분할 지출이다. 예를들어 10억5000만달러가 들어가는 GM제3공장 투자는 2026년까지 분할 출자되는 식이다. 매년 들어갈 투자비들을 비롯해 신규 투자 창출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이에 따라 훼손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관리하는 것이 이 부사장의 과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현금성자산 잔액은 6조4006억원이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양의 현금을 쥔 것 같지만 향후 투자활동에 들어갈 자금 규모를 생각하면 여유로운 금액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와 크레딧 변동 등도 이 부사장이 신경써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올해 9월 LG에너지솔루션은 S&P로부터 'BBB+(긍정적)'을 부여받았다. 경쟁사인 CATL이 BBB+(안정적)인 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바라보는 시장 시선이 CATL보다 낫다. 이 부사장으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포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