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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묘수, 자본으로 전환된 차입금

유럽법인→라이온하트 경영진→게임즈 거쳐 빚이 자본으로 변화

원충희 기자  2022-12-07 15:28:16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들어 차입금이 두 배로 급증했다. 유럽법인이 6000억원 넘는 대출을 끌어오면서 부채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나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는 별로 악화되지 않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도 확충된 덕분이다.

증자로 유입된 자금의 출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법인이 지분을 인수한 또 다른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경영진이다. 유럽법인의 부채가 라이온하트를 거쳐 모회사의 자본으로 전환되는 독특한 자금흐름 구조가 만들어졌다.


◇차입금 2배 급증, 유럽법인 6400억 대출 끌어와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말 총차입금은 1조2784억원으로 전년 동기(6353억원)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특히 만기 1년 이상 장기차입금이 1152억원에서 7792억원으로 급증했다. 완전자회사인 네덜란드 유럽법인(Kakao Games Europe B.V)이 한국계 은행 및 폭스방크(Volksbank) 등으로부터 4억5093만유로(약 6478억원)의 대출을 끌어온 게 온전히 반영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유럽법인에 1741억원 규모 유증을 단행하고 7394억원 수준의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유럽법인은 모회사 보증을 기반으로 3년짜리 장기대출을 1~2%대 금리에 끌어올 수 있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유럽법인을 통해 '오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 지분 30.37% 인수를 결정하고 선급금 4500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6월 말에 잔금 7541억원을 납입했다. 총 금액은 1조2041억원이다. 유럽법인 보유자금 상당액이 여기에 들어갔다.

지분 인수대금은 김재영 대표와 김범 아트디렉터 등 라이온하트 경영진에게 흘러들어갔다. 김 대표는 각각 9728억원, 450억원을 매각대금으로 받았다. 합쳐서 1조원 가량의 잭팟이다.

이 자금의 절반 가까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게임즈로 돌아갔다. 라이온하트 경영진은 지난해 11월, 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게임즈 유증에 참여했다.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을 투입했다. 가장 많이 투자한 김 대표의 지분은 6.55%로 개인주주들 중에서 제일 높다.

◇부채 늘어도 자본도 같이 증가, 레버리지 지표에 긍정적 영향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유럽법인)의 차입금이 라이온하트 경영진을 거쳐 카카오게임즈의 자본으로 전환된 격이다. 라이온하트 차원에서 증자에 참여했다면 상호출자 이슈가 불거졌겠지만 김 대표 등 경영진이 법인이 아닌 개인주주 자격으로 카카오게임즈 유증에 참여한 만큼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법인의 대출 받은 돈이 자회사 경영진을 거쳐 모회사 자본으로 들어온 이 같은 자금흐름은 카카오게임즈의 재무구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유증과 축적되는 이익, 스톡옵션 행사 등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자기자본은 9월 말 기준 2조4032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1조5328억원)대비 56.8% 증가했다.

덕분에 차입금이 두 배나 급증했어도 부채비율은 71.1%에서 82.1%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자회사 늘고 자본도 확충되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24.2%에서 29.2%로 약간 올라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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