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캐시플로 모니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달라진 자금조달법

유증→단기차입으로 선회, 모회사 카카오 현금상황 고려

김슬기 기자  2022-12-16 13:13:16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최근 모회사인 카카오에 손을 벌렸다. 2019년 12월 분사 후 줄곧 모회사,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 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분사 후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공격적인 성장'이라는 카카오 공동체 행보와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카카오가 이번에 제공한 단기대여금은 총 1000억원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억원대의 현금만이 남았고 분사 후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순현금이 전무하기 때문에 자금확보가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가 8%가 넘기 때문에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이자율만 8%대' 그럼에도 카카오에 손 벌리는 이유는

카카오는 오는 26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1000억원의 단기차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5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다. 차입기간은 1년으로 최초 차입실행일로부터 1년이다. 양사 합의에 의해 분할차입도 가능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이번 단기차입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기술투자와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모회사인 카카오 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 측은 자금의 용도를 운영자금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리는 연 8.15%로 책정됐다. 이자율은 3개월마다 변동될 수 있다. 만기 일시상환이기 때문에 1년 뒤 지급해야 하는 이자액은 81억5000만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운전자금 신규 대출금리는 올 10월 말 기준으로 5.23%였다. 기준금리는 올 초만 하더라도 1.25%였으나 지난달 3.25%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운전자금 금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뺀 후 산정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현재 시중은행 차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19년 12월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인 AI Lab이 분사하면서 만들어졌다. 분사 후 외형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적자 규모가 컸다. 영업손실은 2019년 48억원, 2020년 368억원, 2021년 901억원으로 3년간 총 1317억원의 적자를 냈다.

결국 기업신용도 등을 고려하면 모회사에 손을 벌리는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역시 2019년 마이너스(-) 37억원, 2020년 -247억원, 2021년 732억원으로 집계됐다. NCF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난해 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66억원으로 여유가 많지 않다. 또한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단기차입 150억원 및 신한·기업은행 및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장기차입금도 24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167.7%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타인자본의존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는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본다.

◇모회사 카카오, EB 상환·화재 보상 등 현금유출 부담 가중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분사 후 꾸준히 유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대주주인 카카오 역시 증자를 통해 후방지원을 했다. 분사 초기 이미 카카오는 유증을 통해 626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6월에도 주주배정 유증을 통해 1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해 줬다. 현재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율은 84.9%다.

카카오가 아닌 FI나 SI를 통해서도 투자를 받았다. 2021년 한국산업은행(1000억원), 2021년12월 hy(옛 한국야쿠르트·100억원) 등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케이디성장투자조합, 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투자파트너스, 중앙일보 등이 투자를 했다. 지난 6월에도 주주배정 증자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외부 주주로부터 1800억원 가량을 받았다.



다만 올 초 외부 투자를 받을 때 에쿼티 밸류(Equity value)는 3조원대였으나 6월에는 2조5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유증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단일주주 체제였다면 유증을 고려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다수의 외부 주주로 인해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물론 카카오가 단독으로 유증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카카오 3분기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251억원, 단기금융상품은 610억원 등 총 7861억원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28일 카카오는 2억7000만달러 규모의 교환사채(EB)을 조기상환하면서 3800억원 가량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 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보상도 남아있다.

이번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단기차입은 현 시장 상황과 모회사인 카카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증으로 유입된 자금은 상환 의무가 없지만 차입금은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만기 연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매년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이자비용이 6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