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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여건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공사대금 회수에 경고등이 켜진 사업장도 등장하는 분위기다. 원가율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겪은 탓에 변수는 더 커졌다. 더벨은 건설사 미청구공사 현황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한신공영의 미청구공사 부담이 지난해에 비해 가중됐다. 한신공영은 자체 개발 사업을 포함해 주택 사업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만큼 미청구공사도 국내 건축 분야에서 대거 발생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를 다수 수행하고 있어 미청구공사 부담이 덜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계약 변경을 통해 미청구공사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신공영의 3분기 말 연결 기준 미청구공사는 1102억원으로 지난해 말 597억원에 비해 85%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청구공사 비중은 13%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대비 미청구공사는 5% 수준이었다.
미청구공사 규모만 놓고 보면 1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의 매출 합산 대비 미청구공사 합계 비중은 19%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외형이 축소된 반면 미청구공사는 늘어나 부담이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미청구공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 부문은 국내 건축 공사다. 국내 건축 공사 미청구공사는 632억원으로 전체의 57%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사업 부문은 해외 도급 공사로 23%(251억원)를 차지했고 마지막이 20%(219억원) 비중의 국내 토목 공사였다.
미청구공사 비중은 매출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한신공영은 3분기까지 8821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 중 국내 건축 공사 매출은 4522억원으로 51%를 차지했다. 국내 토목 공사 매출은 16%, 해외 도급 공사 매출은 7% 수준이다. 나머지는 자체 개발 사업 매출이다.
한신공영은 다수의 국내 공사를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하고 있어 미청구공사 회수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설명한다. 3분기 말 공공부문 수주잔고는 1조4445억원을 기록해 전체 수주잔고인 4조657억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회사 측에선 공공기관과 맺는 공사 계약 특성상 분기마다 미청구공사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사 규모 자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1~3분기까지 미청구공사가 증가하다가 4분기에 공공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계약을 체결해 미청구공사를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3년간 한신공영의 분기별 미청구공사를 살피면 연중 미청구공사가 증가했다가 연말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에도 2분기 한 때 863억원까지 미청구공사가 늘어났으나 2020년 말 771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에도 연초 842억원까지 확대됐던 미청구공사가 같은 해 말 597억원으로 축소됐다.
3분기 말 기준 미청구공사가 가장 큰 국내 건축 사업 현장도 LH가 발주한 인천 영종 아파트 공사였다. 미청구공사 84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억원에 비해 5배 가량 증가했다. 공사진행률 35%로 2023년 말 준공 예정이다.
국내 토목 사업에서 미청구공사가 가장 큰 공사도 공공기관이 발주한 현장이었다. 서울특별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한 위례트램도시철도 공사로 3분기 말 42억원의 미청구공사를 기록하고 있다. 공사비 885억원으로 2025년 하반기 준공될 계획이다. 공사 초기 단계로 진행률은 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