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여건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공사대금 회수에 경고등이 켜진 사업장도 등장하는 분위기다. 원가율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겪은 탓에 변수는 더 커졌다. 더벨은 건설사 미청구공사 현황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국내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올해 3분기만에 크게 늘었다. 외형은 줄어드는데 미청구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선 대손충당금을 쌓아 비용으로 인식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의 매출합산 대비 미청구공사 합계 비중은 3분기 말 기준 19%로 나타났다. 매출 48조원 가운데 미청구 물량이 9조2000억원을 상회했다. 상위 5개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을 기준으로 했다.
미청구공사 비중은 최근 3년간 1%포인트씩 상승하는 정도였다. 2019년 당시 12% 비중에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말 14%까지 올랐다. 올해 3분기만에 5%포인트가 훌쩍 오른 셈이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회수가능성이 낮은 미청구공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도 사별로 높은 편차를 보였다. 대손충당금은 사실상 미청구공사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비용으로 인식한 것이다.
GS건설의 경우 미청구공사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20%로 5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절대적인 대손충당 설정 규모 역시 2800억원으로 현대건설(2500억원)보다 높았다. 전체 매출의 5%를 넘는 대규모 사업장에선 대손충당금이 전혀 없었다. 매출의 5%를 하회하는 4500억원 미만의 사업장에서 대손충당금이 발생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까지 해외 사업장에서 대손충당 대부분을 인식한 덕분에 올해 실제 늘어난 규모는 120억원 안팎이다.
반면 대우건설의 경우 전체 미청구공사 규모의 0.2%만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충당금 설정액은 22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현대건설은 6%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말 이후 올해 400억원 이상 대손충당액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건설은 3%가량 쌓았다. 미청구공사 회수에 자신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현대건설의 경우 2014년께 중동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해수·담수 프로젝트는 공사비 일부를 회수하기 어렵게 됐다.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1380억원)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인식했다. 진행률 99% 수준에서 설정된 대손충당금이란 점에서 공사비 회수가 힘든 편이다. 전체 대손충당금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에서 이슈가 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미청구공사 규모는 컸지만 시공사 모두 대손충당금을 쌓지는 않았다. 분양이 이뤄지면 전부 회수가능하다고 내다본 셈이다.
미청구공사대금은 공사진행률을 기준으로 매출액을 인식하는 건설 공사 특성으로 잡히는 항목이다. K-GAAP 회계기준에서는 매출채권으로만 잡혀있었지만 2011년 K-IFRS가 도입되면서 별도로 만들어졌다. 발주처에 대한 대금청구 행위 역시 별도로 회계처리가 필요하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미청구공사가 생기는 이유로는 부정확한 예정원가, 공사기간 지연, 원가 상승 , 마일스톤 계약 방식 등이 있다.
올해에는 특히 원가율 상승과 함께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청구 공사물량을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