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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미청구공사 점검

현대건설, 플랜트 사업장 탓 대손충당 설정 부담

②'UAE 미르파' 공정률 99%단계, 6년째 미청구 '눈덩이'…국내 둔촌주공 분양성사 '관건'

신민규 기자  2022-12-06 14:47:18

편집자주

건설사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조달여건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공사대금 회수에 경고등이 켜진 사업장도 등장하는 분위기다. 원가율 상승에 더해 코로나19, 화물연대 파업,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겪은 탓에 변수는 더 커졌다. 더벨은 건설사 미청구공사 현황과 과제를 들여다본다.
현대건설은 미청구공사에 따른 대손충당금 설정 규모가 3분기 소폭 늘었다. 공사대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장을 비용으로 인식한 셈이다.

미청구공사 비중만 보면 건축·주택부문이 늘었고 플랜트·전력부문이 줄었다. 다만 건축·주택의 경우 둔촌주공 사업장 분양대금이 유입되면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플랜트 부문은 공정률 99% 단계에서 6년째 미청구공사가 쌓인 아랍에미리트 사업장 해결이 관건으로 판단된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3분기말 기준 4조800억원대였다. 대손충당금 2560억원을 반영한 미청구공사 물량은 3조8000억원대로 나타났다.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6.28% 수준이었다.


공종별로 플랜트·전력부문이 1조5700억원대로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건축·주택부문은 34%인 1조3000억원을 나타냈다. 나머지 토목부문이 9500억원대로 25%대였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건축·주택부문은 27%에서 34%로 늘었다. 플랜트·전력부문은 47%에서 41%로 줄었다. 토목 비중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건축·주택부문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대형 사업장 가운데 실제 대손충당금을 쌓은 곳은 적은 편이었다. 시공을 맡은 둔촌주공 사업장이 대표적인 예다. 미청구공사가 3280억원을 상회했다. 지금까지 공정률에 해당하는 공사비를 모두 미청구공사로 계산했다. 반면 대손충당금은 전혀 인식하지 않았다. 분양대금이 유입되면 자금회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 셈이다.


이와 달리 플랜트·전력부문은 문제 사업장에서 미청구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편이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인식 규모도 증가했다.

중동에서 2014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 사업장은 8695억원 짜리 프로젝트로 2016년까지만 해도 미청구공사가 없었다. 2017년 당시 950억원을 미청구공사로 인식할 당시에도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미청구공사가 1100억원까지 불어난 2019년까지 유지됐다.

현대건설은 2020년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기 시작했다. 미청구공사 1040억원에 대해 45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미청구공사 1142억원과 동일한 금액을 비용으로 인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미청구공사는 1380억원까지 불어났다. 대손충당금도 동일하게 인식했다. 전체 미청구공사 대손충당금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치다.

해당 사업장은 2017년부터 6년째 공정률 99% 단계였다. 매년 완성기한을 1년씩 연장하고 있다. 소수점 수준의 공정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청구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체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장 가운데 미청구공사는 대부분 플랜트·발전 부문에서 높게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발리파판 정유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미청구공사가 공정률 63% 단계에서 5700억원으로 기록됐다.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는 85%대 공정률에서 3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청구공사가 발생했다. 두건 모두 대손충당금은 하나도 인식하지 않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재무적인 판단 아래 채권별로 다른 수준을 유지했다. 미청구공사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6%대를 보인 반면 매출채권(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4%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내부적으로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본 것으로 판단된다.

3분기 매출채권은 2조2500억원이었는데 대손충당금은 800억원대였다. 공사미수금이 2조189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분양미수금이 550억원 정도였다. 공사미수금은 지난해말 870억원에서 2조원대로 커졌지만 대손충당 인식 필요성은 낮게 내다봤다.

시장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업장은 분양수익금을 공사비로 받게 돼 있어서 지금은 미청구공사 규모가 커도 분양대금이 원활하게 유입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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