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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 기술 산실' 아비커스

HD현대, 3년간 240억 투입…수익확대 기반 닦기

박동우 기자  2022-12-14 17:03:16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제조 전문 기업집단'이라는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디지털 분야에도 투자 과녁을 조준했다. 자율운항 기술 연구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아비커스'가 대표적이다.

아비커스는 사내벤처로 태동했고, 스핀오프(분사)를 거쳐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주사인 HD현대가 3년 동안 240억원을 투자했다. 설립 2년차인 아비커스는 실적이 미미하지만 수익 확대의 기반을 착실하게 닦고 있다.

◇미래 시장 주도권 선점 취지

그룹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HD현대는 '투자 지주회사'로 나아가는 비전을 설정했다. 중장기 수익성을 강화할 산업을 선제적으로 탐색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2020년에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이 미래위원회를 발족하고 신사업 아이디어를 수렴한 사례가 방증한다.

HD현대는 아비커스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견했다. 2021년 1월에 출범한 아비커스는 그룹 사내벤처가 모체인 회사다.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토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금까지 HD현대가 아비커스에 집행한 투자금은 누적 240억원이다. 2020년 12월에 60억원을 출자하면서 첫 발을 뗐다. 작년과 올해 잇달아 진행된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2021년 7월에는 80억원을 지원하고 2022년 8월에는 1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아비커스를 둘러싼 지원이 이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자율운항 선박 기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영향을 끼쳤다. 운항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경쟁력 덕분에 선사들의 호응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원 인력 부족 현상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함선이 스스로 항로를 설정해 나아가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연적이라고 인식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경쟁사들이 무인운항 기술 개발에 뛰어든 대목도 아비커스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

◇'연구 고도화→판로 확장' 단계

아비커스는 임도형 대표를 위시한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자율운항연구실 구성원들이 주축을 이뤘다. 창업 멤버들은 2020년 4월 대형 상선에 탑재하는 항해 보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성과를 올렸다.

법인 출범 이후 인공지능의 기계학습(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자동 항로 계획 △운항 선박 위치 추정 기능을 추가 개발했다. 특히 2021년 6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원격 제어 없이 선박 내부 시스템만으로 항로를 나아가는 '완전 자율 운항'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고도화 노력에도 설립 첫해인 2021년 실적은 미미했다. 기술 R&D에 전념한 만큼 당장의 수익 창출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은 3억7800만원에 그쳤고 33억6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33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로 확장에 나서면서 실적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SK해운과 장금상선에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3년 8월부터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등 23척에 시스템을 탑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외 선사에서 자율운항 1단계 솔루션(하이나스 1.0)을 수주한 물량도 170여기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자율운항 솔루션 사업은 선박 건조 등 기존에 영위하던 본업과 시너지를 내기에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대형 함정과 중·소형 레저 보트 등으로 광범위하게 판로를 개척할 잠재력을 갖춘 아비커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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