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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HD현대마린솔루션, 주주 이익·편의성 '굿'

[Strength]②업황 반등·실적 호조세, 이익 관련 지표 대부분 만점

성상우 기자  2024-10-18 12:57:1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2000억원대 영업이익 고지에 올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이익 관련 지표 대부분에서 준수한 성과를 냈다.

회사 자체의 사업 역량도 있지만 2020년대 초반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 호황 싸이클이 도래한 데 따른 낙수효과도 있었다. 이 덕분에 HD현대마린솔루션 이사회는 상장 첫해부터 상당한 힘을 받고 출발할 수 있게 된 모양새다.

시장과 주주들에 대한 이사회 관련 정보 공개 측면에서도 별다른 결함을 노출하지 않고 있다. 재계 10위권에 드는 HD현대그룹 DNA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상장 첫해부터 이사회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시행착오 없이 순항하는 모습이다.

◇조선업 반등 수혜 '톡톡'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255점 만점에 163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점수가 높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이사회 구조 및 운영방식과 기업의 실적·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미치는 지를 보는 영역이다. 세부적으론 투자지표 4개, 성과지표 4개, 재무건전성 3개 등 11개 지표에 각각 5점씩 배점했다. 기준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표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4개의 성과지표인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모두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거둔 역대급 실적에 기인한 스코어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은 각각 7.25%, 41.93%로 ‘KRX300’ 구성종목 평균치인 4.70%, -2.42%를 20% 이상 아웃퍼폼했다. ROE와 ROA 역시 71.59%, 25.69%를 기록하면서 평균치인 6.82%, 3.76%를 크게 뛰어넘었다.

3개 문항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중 2개(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에서 만점을 받은 재무건전성 항목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차입금과 이자를 어느 정도로 감당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레버리지 지표인데 부채비율이 높은데도 이자 부담 정도가 낮게 나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73%로 평균치(KRX300 구성종목 기준)인 91%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해당 항목에선 최저점인 1점을 기록했다. 반면 이자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와 ’이자보상배율‘ 항목에선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이 역시 준수한 이익 창출 역량에서 비롯된 점수 분포다. 빌린 돈은 많지만 그만큼 번 돈도 많기 때문에 이자를 감당하기에 부담이 덜하다는 의미다.

투자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가운데선 2개 문항(PBR·TSR)에서 만점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사업 역량이 부각되는 스코어 구성이다. 결국 기업의 최우선 덕목인 이익 창출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업황 호조세와도 관련이 있다. 2020년대 초반을 지나고 팬데믹 국면이 종식되면서 글로벌 조선업 업황이 대대적인 반등세로 돌아선 데 따른 수혜라는 분석이다. 이는 유가증권 시장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고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상장 원년, 형식 요건·주주 편의성 '합격점'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홈페이지와 전자공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통해 적절하게 공개했다는 점은 ‘정보접근성’ 항목이 ‘경영성과’ 항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균 점수(3.8점)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정보접근성은 시장 관계자와 주주들이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 관련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를 평가한 지표다. THE CFO 평가툴에선 여기에 7개 문항을 배치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 중 홈페이지·전자공시를 통한 공시 여부와 접근 편의성, 충분한 기간을 두고 주주환원책을 공시하는 지 여부를 묻는 3개 항목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 항목에선 평균 5점 만점에 3.2점을 받았다. 중간값 2.5점을 넘는 무난한 점수로 볼 수 있다. 사외이사 비율과 사외이사의 소위원회 위원장 겸임 여부, 다양한 성별·연령 분포 여부 등에서 대부분 합격점인 3~5점을 받았다. 특히 이사회가 갖춘 역량 현황을 파악하기 쉽게 시각화한 BSM(Board Skills Matrix) 제작·운영 항목에서 5점을 받은 게 눈에 띈다.

‘견제기능’ 항목에서도 무난한 수준인 3.4점을 받았다. ‘구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데서 오는 파생적 효과다.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전문역량을 갖춘 감사위원의 선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모두 하자 없는 틀을 갖추면서 5점을 받은 게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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