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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HD현대마린솔루션, 이사회 운영 경험 '아쉬움'

[Weakness]③이사 정기교육·개별평가, 재선임 반영 시스템 구축 필요

성상우 기자  2024-10-18 12:57:2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형식적 요건을 대부분 갖추고 준수한 경영성과까지 갖춘 HD현대마린솔루션 이사회의 약점은 운영 경험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장한 지 5개월이 갓 지난 회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감점 요소다.

다만 운영 기간이 짧고 케이스가 부족해 그에 대한 재평가 시스템이나 교육 제도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이사회 운영 경험이 누적되면서 얼마나 빠르게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지가 상장 2년차를 맞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내년 관전 포인트다.

◇짧은 이사회 운영 기간, 정기교육·지원조직 미비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255점 만점에 163점을 받았다.

6개 지표 중 ‘참여도’와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에서만 2점대의 평균점수를 받았다. 최고점(4.3점)을 받은 ‘경영성과’를 비롯한 나머지 4개 지표에선 3~4점대 평균점수가 나왔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사회의 외형과 구성 등 형식적 요건은 대부분 갖췄지만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직 검증이 안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참여도 지표의 세부 문항을 살펴보면 총 8개 문항 중 5개에서 1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후보 풀(Pool) 관리 활동의 정기 수행 여부를 비롯해 감사위원회 개최 횟수, 기타 위원회 개최 횟수, 이사들에 대한 정기 교육, 감사위원회 전담 조직과 교육과정 구비 여부를 묻는 문항이다.

감사위원회 전담 조직과 교육과정 구비 관련 문항을 제외하면 모두 이사회 운영 기간이 일정 수준 지나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다. 특히 올해 5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 입장에선 평가 기준 시점인 올해 상반기 말까지 감사위원회와 기타 위원회를 곧바로 개최하기에 빠듯한 일정이다.

사외이사 풀 관리활동과 이사 정기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이사회 운영 기간이 점차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는 항목이기에 새내기 상장사 입장에선 구조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항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사회 참여 측면의 기본적인 요건은 어느 정도 갖춘 모습이다. 이사회 개최 횟수 문항에서 4점을 받았고 이사회 구성원의 회의 출석률과 이사회 안건의 적정 기간 내 공유 여부 문항에서 만점(5점)을 받았다.

◇ESG등급 등 외부 평가등급 과제, 이사 평가·재선임 데이터 필요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에선 7개 문항 중 단 1개에서만 5점을 받았다. 이사회 구성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사례가 있는 지를 묻는 문항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보드 멤버 중에선 사회적 물의와 사법 이슈 중 어느 하나에 연루된 적 있는 인물이 없다.

1점이나 ‘없음’을 받은 문항은 4개나 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 이사회는 아직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이사회의 ESG 등급이 없다. 아직 이사회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 적이 없어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 여부와 재선임 시 기존 평과 결과 반영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 1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 평가 결과를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는 지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도 평가 이력 자체가 없으므로 1점을 받아야 했다.


다만 이사회 전체에 대한 개괄적인 평가 시스템은 기본적인 수준에서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전체 활동에 관한 평가 수행 여부 문항에서 3점을 받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사회 활동에 대한 내부평가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해당 평가 결과에 근거를 둔 개선안 마련 여부 관련 문항에서도 3점을 받았다. 개선안을 갖추고 있다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했으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3.2점으로 중간값 이상의 무난한 스코어를 확보한 이사회 ‘구성’ 지표에서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2점)과 이사회 내에 충분한 수의 위원회를 두고 있는지 여부(2점)는 ‘구성’ 지표의 평균 점수를 까먹는 요인이 됐다.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 여부는 이사회의 독립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지표다. 새내기 상장사로서 아직까진 완전히 독립·분권적인 이사회를 구현하기에 어느 정도 허들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경우 상법 상 의무설치 대상 소위원회(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한 위원회가 2개(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에 불과했다. 다만 자산총계 2조원 미만인 HD현대마린솔루션 입장에선 해당 의무(소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점은 상장사 규격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으로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론 이사회의 구성과 형식적 요건 측면에서 모범적인 틀을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사회 설치 후 일정 기간의 운영 경험이 필수적으로 축적돼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더 악화되는 경우도 유가증권 시장에서 비일비재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미비점으로 지적된 항목에 대한 개선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 상반기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엔 사외이사 개별평가 제도에 대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회의 참석률, 독립성, 기여도 등의 종합적인 기준에 따라 매년 정기적으로 사외이사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해당 평가결과를 사외이사의 재선임 검토 시 활용할 계획”이라고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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