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HD현대그룹은 공정자산 총액(2023년 12월 말) 기준 재계 순위가 9위에서 8위로 올랐다. 인수합병(M&A) 같은 대형 이벤트 없이 본업만으로 거둔 결과다.
지주사인 HD현대 이사회도 그룹사 덩치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줬다. 평가개선 프로세스와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구성, 참여도 등에서 5점 만점 중 3점 이상을 기록해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별도 경영성과는 다소 미흡했다. 그간 배당을 주도했던 HD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약세로 배당을 줄이며 재무와 실적 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총점 255점 중 154점…평가개선 프로세스 점수 가장 높아
THE CFO가 진행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HD현대는 총점 255점 중 154점을 받았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를 나누고 이사회 구성과 활동 등을 평가했다.
HD현대는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29점, 평점 5점 만점 중 3.2점을 받았다.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성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사회 구성원 5명이 효과적인 토의와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외이사 3명이 전체 이사의 60%를 차지해 법적 요구를 충족했다. 또 모든 위원회를 사외이사 과반수로 구성하고 각 위원장의 자리를 사외이사에게 맡긴 점은 긍정 평가를 받았다. HD현대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총 5개의 소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사회 참여도 항목에선 40점 만점에 25점, 평점 3.1점을 받았다. 지난해 정기 이사회를 7회 개최했고 이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연간 출석률은 90% 이상에 달했다. 다만 이사들에 대한 정기 교육은 연 1회에 그쳤다. ESG위원회 등 비의무 위원회의 회의 횟수가 4회 미만이라 점수가 낮아졌다.
견제기능 항목에서는 45점 만점에 35점, 평점 3.9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됐고,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부적격 임원 선임을 방지하는 정책도 마련돼 있었다.
정보 접근성 항목에서 35점 만점에 21점, 평점 3.5점을 받았다. 이사회 의안에 대한 반대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이사회 회의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고 3개년 주주환원정책 등 중장기 계획은 사전에 공시됐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0% 이상 80% 미만으로 평가됐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35점 만점에 29점, 평점 4.1점을 받았다. 평점은 6개 지표 중 가장 높은 점수였다. 이 항목은 이사회 안팎에 대한 평가가 적절히 이뤄지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HD현대는 지난해 한국ESG기준원(KCGS)의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통합 A 등급을 받았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이사 재선임에 반영했다.
◇배당수익률 뺀 모든 지표 최저점…국제유가 약세로 배당 타격
그럼에도 경영성과 항목이 아쉬움을 남겼다. 55점 만점에 15점, 평점 1.4점을 기록했다. 경영 성과는 KRX300을 구성하는 코스피 상장사 217개와 코스닥 상장사 83개 중, 금융 상장사를 제외한 277개 상장사의 평균치와 비교했다. 평균 왜곡을 막기 위해 상·하위 10% 종목은 제외하고 계산했다.
배당수익률이 5.85%에 달해 1.70% 이상이 기준인 5점을 받았다. 배당수익률이란 주당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다. 코스피 평균 배당수익률 2%도 웃돌았다.
다만 이외의 항목에서는 모두 최저점인 1점을 받았다. 지난해 HD현대의 매출 성장률은 0.79%에 그쳤고 영업이익성장률은 -40.02%의 감소세를 보였다. HD현대는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 지주사다. 주요 배당원이었던 HD현대오일뱅크가 국제유가 약세로 배당을 줄이면서 수익에 타격을 받았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38%로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받았다. 배당 수익이 줄어들면서 재무 성과가 저조했고 자연스럽게 ROE 지표도 개선되지 못했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의 평균 ROE는 9%였다.
이로 인해 시장 지표도 부정적이었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1배에 그쳤다. PBR이 1배를 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 현재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이 외에 부채비율은 192%로 KRX300 소속 기업 평균(91.26%)을 크게 웃돌았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은 4.10, 이자보상배율은 2.23배로 모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