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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새내기' HD현대마린솔루션, 경영성과 합격점

[총평]①형식 요건 대부분 완비, 운영 데이터 축적 '과제'

성상우 기자  2024-10-18 12:56:5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새내기 종목’이다. 재계 10위권 HD현대그룹 계열사인 만큼 상장 추진 과정에서부터 시장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올해 코스피 신규상장 종목 중 최대어로 꼽히기도 했다.

이사회 구성 면면과 운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상장 초기임에도 별다른 구성·운영 상의 하자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굴지의 대기업 그룹 자회사인 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이사회 평가 육각형에선 '경영성과' 항목 점수가 두드러졌다. 기업과 이사회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한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셈이다. 최근 2~3년간 준수한 이익 성장을 기록한 결과다.

‘참여도’와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 점수는 다소 아쉽다. 다만 실제 운영 측면에서 미흡했다기 보단 상장 첫해인 터라 이사회 개최 횟수와 구성원 관리 이력 데이터가 부족한 영향이 컸다. 반대로 해석하면 내년 점수 향상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경영성과’ 만점 근접, 40%대 이익성장률 효과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HD현대마린솔루션은 255점 만점에 163점을 받았다.

6개 항목 중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항목은 ‘경영성과’다. 평균 5점 만점에서 4.3점을 받았다. 다른 항목의 점수가 대체로 2~3점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평균점수를 끌어올린 HD마린솔루션의 간판 항목인 셈이다.


이 부문에서 최고 점수가 나온 배경은 단연 실적 호조세다. 2021년 100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연간 영업이익을 지난해 2000억원대로 끌어올린 이익 반등이 주효했다. 세부 평가항목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총주주수익률(TSR),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항목에서 만점(5점)을 받았다. 모두 지난해 달성한 이익 규모와 관련된 수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성장률은 41.93%로 ‘KRX300’ 지표 구성 종목들의 평균치(-2.42%)를 크게 상회한다. 그만큼 이익 지표에서 파생된 ROE, ROA 등 지표에서도 고득점이 동반됐다. 실적에 맞춰 주가도 순항하면서 평가 시점(올해 6월 말) 기준 PBR, TSR 항목 점수(5점)도 높게 받았다. 시장에서 그만큼 고평가를 받은 셈인데 주주 입장에선 투자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형식요건 '합격점' 운영경험 '아쉬움'

이사회 ‘구성’ 항목에선 평균 5점 만점에 3.2점을 받았다. 중간값 2.5점을 넘는 무난한 점수로 볼 수 있다. 사외이사 비율과 사외이사의 소위원회 위원장 겸임 여부, 다양한 성별·연령 분포 여부 등에서 대부분 합격점인 3~5점을 받았다. 특히 이사회가 갖춘 역량 현황을 파악하기 쉽게 시각화한 BSM(Board Skills Matrix) 제작·운영 항목에서 5점을 받은 게 눈에 띈다.

‘견제기능’ 항목에서도 무난한 수준인 3.4점을 받았다. ‘구성’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데서 오는 파생적 효과다.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전문역량을 갖춘 감사위원의 선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모두 하자 없는 틀을 갖추면서 5점을 받은 게 주목할 만하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홈페이지와 전자공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통해 적절하게 공개했다는 점은 ‘정보접근성’ 항목이 ‘경영성과’ 항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3.8점)를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가장 낮은 점수대인 2점대를 받은 항목은 ‘참여도’(2.4점)와 ‘평가개선프로세스’(2.3점)다. 이는 실제로 이사회 운영을 잘 못 했다기보단 새내기 상장 종목으로서 그동안 이사회를 운영해온 데이터가 부족한 데 따른 감점으로 볼 수 있다.

최저점(1점)을 받은 이사회 내 위원회의 회의 개최 횟수와 이사들에 대한 정기 교육, 감사위원회 지원조직 설치나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데이터가 쌓일 수 있는 항목이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와 그에 따른 재선임 기준 마련, 평가결과 공개 등 ‘평가개선프로세스’의 세부 항목 역시 이사회 운영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인데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여기서 모두 1점을 받았다. 해당 부문에서 즉각적인 시스템 구축이 이뤄질지 여부는 내년 이후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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