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1세에서 2세로, 2세에서 3세로 승계가 이뤄지면 앞선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계열사가 업계 안팎의 조명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특히 이미 큰 규모의 계열사를 물려받는 장남보다는 그 손아래 형제들이 물려받은 계열사들이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는 메리츠금융그룹이다. 그룹을 이끄는 조정호 회장은 현재 대한항공이 핵심 계열사로 있는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 초대 회장의 4남 1녀 중 막내 아들이다. 조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그룹은 2005년 계열 분리 이후 현재까지 자산을 약 10배 키웠다.
이런 관점에서 한화는 눈에 띄는 재계 그룹이다. 지난해와 올해 물적·인적분할과 계열사 간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을 지속하며 김승연 회장의 2세 시대에서 동관·동원·동선의 3세 시대로 이해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는 역시 장남인 김동관이다. 올해 8월 인사에서 부회장에 오른 그는 지난달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 차담회에 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그룹 지배구조와 사업의 중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의 또다른 양대 사업 중 하나인 금융 부문을 이끌 것으로 점쳐지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도 재계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두 형에게 가려져 있지만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입사한 막내 김동선 전무가 향후 유통과 레저 사업 부분 등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일지도 재계 관심사다. 이미 1년 새 지배구조와 자회사 영역에서 소폭의 변화가 있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건 자회사 변화다. 김 전무가 한화에너지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적을 옮겼을 무렵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최대 자회사는 제주해양과학관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 말 기준 최대 자회사는 올해 5월 '승마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만든 한화넥스트로 바뀌었다. 자산 규모에서 이미 제주해양과학관보다 1.5배 가까이 크다.
최대 자회사 자리를 꿰찬 한화넥스트에 주목하는 건 국가대표 승마 선수 출신인 김 전무에게 해당 사업은 남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형에 비해 아직은 아쉬운 성과 포트폴리오를 자신이 경험한 분야에서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킬 기회다.
한화그룹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한화넥스트를 물적분할해 자산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전체 자산 1395억원 가운데 97%인 1349억원을 자본으로 채워줬을 만큼 김 전무는 본인의 역량을 도전적으로 펼칠 수 있는 물적 지원도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5일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찾는 자회사 관리 전문인력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회사 최대 자회사이자 김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할 한화넥스트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회계와 세무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자회사 관리 부문에서 적어도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인물을 찾고 있다.
올해 한화넥스트가 최대 자회사로 바뀐 점 외에 김 전무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입사한 지난해 4월 회사는 아쿠아 사업영역과 식음료(F&B) 상업영역을 물적분할해 각각 아쿠아플라넷과 더테이스터블을 설립했다.
이어 같은 해 7월엔 부동산 자산관리회사인 한화에스테이트를 흡수합병했다. 회사를 이끄는 힘이 김 전무로 옮겨가는 상황이라 자회사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 올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주주 구성은 다소 달라졌다. 한화건설이 ㈜한화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들고 있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1.67%를 한화솔루션에 매도했다. 현재 ㈜한화가 지분 49.80%, 한화솔루션이 지분 49.57%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한화가 한화건설을 다시 분할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을 ㈜한화로 편입시키기 위한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이다. 굳이 지속해서 건설업을 ㈜한화가 영위할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건설 사업을 삼형제 중 한 명에게 맡기기 위한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분할은 필요하다. 재계에선 사실상 유통·레저 부문을 맡긴 김 전무에게 추가로 맡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989년생인 김 전무가 2014년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룹 계열사가 한화건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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