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숙박시설 투자 재가동에 나섰다. 자산유동화 차원에서 리츠에 넘긴 자사 호텔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코로나 기간 유형자산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 기조가 강했지만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현금창출력이 회복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하나자산신탁이 리츠 방식으로 운영 중인 여수 벨메르 호텔을 536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당초 2020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직접 개발한 뒤 위탁 운영권만 남기고 하나자산식탁에 넘겨 유동화한 물건인데 이를 약 4년 만에 사 오는 것이다. 위탁운영은 매출대비 일정비율 수수료 수익만 수취하는 구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팬데믹과 맞물려 ‘자산경량화’ 기조를 강화해 왔다. 영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채비율이 치솟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부채비율은 489%, 2021년에도 452%에 달했다.
식자재 및 급식사업(FC) 부문을 떼어내 매각을 시작으로 춘천골프사업본부, 태안리조트 등을 연이어 정리했다. 일본 니세코 콘도와 사이판 월드리조트 등 해외자산도 대거 처분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엔데믹으로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된 만큼 다시금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기업가치 측면에서 호텔을 직접 소유하는 게 매출볼륨에도 긍정적이고 새로운 콘텐츠 등을 시도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억원)대비 크게 향상됐다. 실적 측면에서 보면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4.5% 늘어난 2504억원, 영업손실은 1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3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도 소폭 개선됐다.
현금흐름 개선에는 자회사인 ‘아쿠아플라넷’으로부터 받은 배당금도 쏠쏠했다. 한화그룹에서 아쿠아리움 사업을 전개하는 아쿠아플라넷이 올해 3월 50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단행하면서 유동성에 단비를 뿌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쿠아플라넷 지분 100%를 보유한다. 이 같은 효과로 보유 현금성자산도 과거 대비 늘어난 상태다. 2023년 초 기준 187억원, 2023년 말 기준 678억원, 2024년 상반기에는 789억원까지 증가했다.
무엇보다 벨메르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투자를 단행한 배경으로 꼽힌다. 럭셔리 호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한화리조트는 스위트 이상 객실 비중이 15.3%에 불과했다. 여수 벨메르 호텔은 객실 대부분이 바다 전망이며 그중 스위트 객실 비중은 80%에 달해 럭셔리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매물이라는 평가다.
리조트를 직접 개발하고 회원권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는 분양실적에 대한 리스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기가 적을 경우 이를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다만 벨메르의 경우 올 상반기 투숙률이 오픈 초기에 비해 20%p 이상 상승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미분양 리스크도 미미해 보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벨메르를 연결자산으로 편입작업을 마친 후 분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회사 전략 자체가 고급 객실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스위트 객실이 많은 벨메르는 최고의 매물”이라면서 “호텔을 직접 소유하는 게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인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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