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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긴급 점검

일진 외 투자도 1.2조…강종원 CFO의 돌파구는

③중간배당 번복·증자 가능성에 뿔난 투자자들 환원책 마련도 '과제'

박기수 기자  2022-11-18 15:23:44
강종원 롯데케미칼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의 유상증자 카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시장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간 현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비용을 부담하기 보다는 자본확충을 통한 재원 마련에 나서는 것이 부담이 적다.

다만 유상증자가 공식화할 경우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자체 자금과 차입을 통해서만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번복'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연초 주주들에게 중간배당을 약속했다가 4개월 만에 실적 악화를 원인으로 이를 철회했던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외에 현재 진행 중인 투자가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향후 △롯데GS화학 신규사업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크래커 사업 △폐PET 재활용 사업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 △EOA △헤셀로스 △바나듐 전해액 등 신규 사업에 총 1조218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1조2180억원이 내년에 모두 집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1조원이 넘는 규모인 만큼 CFO 입장에서는 보유 현금 관리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계약금(2700억원)을 제외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금액 2조4300억원을 합하면 롯데케미칼로서는 외부 자금을 쓰거나 자본확충을 하는 두 가지 선택지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 일진머티리얼즈의 유럽·미주 투자를 위한 재원까지 신경써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말레이시아 증설 사업은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대응이 가능하지만 2027년까지 계획한 9만톤의 유럽·미주 투자 재원은 아직 재원 마련책이 뚜렷이 나오지 않았다.

목돈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시장 환경이 악화했다는 암초를 만났다. 더벨 취재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산업은행에 비교적 저리의 인수금융 지원책 마련을 타진하는 등 금융권 접촉으로 자금을 모집하려 했다. 다만 기준금리 상승으로 높아진 조달 비용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개별 민평금리는 5.5%를 돌파했다.

시장 관계자는 "아무리 롯데케미칼이 우량한 신용등급을 지녔어도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그간 받아왔던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자가 이뤄진다면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고 재원 마련까지 할 수 있어 회사에는 '묘안'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예상되는 만큼 강종원 CFO의 어깨가 가볍지 않다. 연초 롯데케미칼은 중간배당 실시를 약속했으나 4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한 데 이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에서 예고없던 증자 카드를 내밀었다.

이외 약속했던 자기주식 매입은 올해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별도 순이익의 30%를 배당하겠다는 약속 역시 지켜질 지 미지수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순이익으로 2278억원을 기록 중이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마이너스(-) 2989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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