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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일진머티리얼즈 M&A

박기수 기자  2022-11-11 15:35:46

편집자주

시장 전체를 '숲'으로 본다면, 시장 속 플레이어들인 개별 기업들은 '나무'입니다. THE CFO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봅니다. Market View는 기사 형식에서 담아내기 부족했던 시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담는 콘텐트입니다. 금리·환율·제도, 개별 기업의 M&A, 지배구조 개편 등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말들을 THE CFO가 전달합니다.

Topic롯데케미칼-일진머티리얼즈 M&A

Summary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화학사 빅딜을 이뤄냈던 롯데케미칼이 한 번 더 대어를 낚기 위해 나섰습니다.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4위(SNE리서치 기준)를 기록 중인 일진머티리얼즈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 등을 인수하는 데 총 2조70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2022년 말 현재는 그간 이어져 왔던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는 시점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무리한 투자보다는 본인들의 곳간을 다시 한번 되살펴 보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 오히려 빅딜이라는 카드를 꺼낸 롯데케미칼을 두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가장 큰 우려의 시선은 일진머티리얼즈의 '몸값'일 것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2조8000억원입니다. 이중 절반가량의 지분만을 매입하는데 2조7000억원이라는 자금을 쏟겠다고 한 것을 두고 '오버페이'라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더불어 일진머티리얼즈는 인수 후에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곳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이후 일진머티리얼즈의 투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 이달 10일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한 신사업이 필요했던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딜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배터리 소재 산업인 동박 사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를 비롯해 배터리 소재 사업은 타임라인 상 '개화기'에 해당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딜을 두고 금융·증권가, 재계의 시선을 THE CFO가 담아봤습니다.

Market View

대기업 전략기획팀 관계자 A

롯데 치고는 혁신적인 딜, 인수 금액은 동박 사업의 진입장벽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

당연히 고가에 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런데 딜 전체를 놓고 보면 단순 밸류에이션만 가지고 이 딜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략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물이 날이면 날 마다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지를 수 있을 때 질러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비교적 저수익제품의 비중이 높았던 곳이었습니다. 7~8년 전부터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고부가가치 사업 제품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고 삼성 빅딜 등 여러 M&A를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이죠. 이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이 차원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아예 이종 사업에 신규 진출하겠다는 포부입니다. 물론 롯데케미칼이 동박 사업에 완전 물성적 이해가 없는 것은 아니라 충분히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는 날 것으로 보입니다.

동박 사업이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동박 사업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 중 '압연'이라는 것이 있는데 미세한 오차도 나면 안되고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당합니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연구개발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본 것이고 이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이 정도 금액은 지불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듯 합니다.

롯데는 그룹 분위기상 위계질서가 강하게 확립된 곳입니다. 자산 총액 대비 상당 부분의 투자의 경우 회장의 재가와 사장단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번 딜의 특성 상 경쟁 입찰에 참여를 한 것이고 의사결정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가 되는 구조인데, 본입찰에 참여해 딜을 따냈다는 것 자체가 롯데치고는 상당히 혁신적인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동박의 기대 성장률도 높지만 불확실성도 크죠. 그러나 롯데가 추후 일진머티리얼즈의 투자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재무 체력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이유가 추후 투자해야 하는 자금 수준이 중견기업 선에서는 감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진 사유인데, 롯데가 이를 모르고 인수를 단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유동화 가능한 자산도 아직 많이 가지고 있고요.

금융권 관계자 A

지금 타이밍에 2.7조? 조달이 핵심 이슈 될 듯

딜 자체를 두고 보면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빅딜이 이뤄지면 큰 돈이 나가고 벌어들이는 돈은 적은데 이 미스매칭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합니다. 악화하는 것 까지는 감수한다고 쳐도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지금 타이밍상 롯데가 2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를 하는 것이 맞을까요?

3개월 후에 2조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롯데케미칼이 얼마 전 롯데건설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쏴줬습니다. 단기자금시장 이슈로 롯데건설이 케미칼을 비롯해 정밀화학, 홈쇼핑 등에 손을 벌리고 있죠. 롯데건설 PF 만기는 내년 1분기에도 1조원대 후반가량이 돌아옵니다. 롯데케미칼의 지원 부담이 끝났다고 보기에 힘든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M&A에 쏴야 하는 것이 걱정입니다.

물론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면 M&A는 하긴 해야겠죠. 그러나 재무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이 될 듯 합니다. 롯데케미칼이 아무리 현금 부자라도 이 정도 규모의 딜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차입이 필수적인데,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조달이 핵심이 될 듯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 B

국책은행·일본 금융시장 이용할 듯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있었던 딜이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많이 늘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황 변동에 따라 사업구조가 취약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딜 이후에 현재의 신용등급(AA+)을 유지할 수 있을 지, AA+에 맞는 재무구조가 될 지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조달을 얼마나 잘 할지가 문제가 될 텐데,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 롯데케미칼이 원하는 금리와 규모로 조달이 잘 될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딜 자체는 내년 2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간 시장 동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이용한 인수금융 등 롯데케미칼 CFO 입장에서는 많은 수로 묘안을 찾고 있을 겁니다. 동박이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이고,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성장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라는 명분 하에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또 롯데 같은 경우에는 총수의 일본 네트워크가 상당하기 때문에 일본 금융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고려 사항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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