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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흔들' 롯데케미칼, 채권가격 AA급 '간당간당'

실제 신용등급 AA+, BIR은 AA-…실적부진+투자부담, 현재 신용등급도 '흔들'

이지혜 기자  2022-11-15 14:52:07
롯데케미칼의 채권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 BIR(채권내재등급)이 적게는 한 노치에서 크게는 두 조치까지 실제 신용등급을 밑돌고 있다.

개별민평금리만 놓고 보면 A급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다. 실적부진과 대규모 투자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이 롯데케미칼 회사채를 외면한 결과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저평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를 시작으로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까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어둡다고 바라보고 있다. 업황 전망이 흐린 것은 물론 일진머티리얼즈 등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재무건전성이 흠들릴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가치 저평가…한때 A급 취급 받기도

15일 채권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BIR이 실제 신용등급을 2노치 가량 하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IS자산평가와 나이스P&I, 한국자산평가는 14일 기준 롯데케미칼의 BIR이 AA-라고 밝혔다. 실제 신용등급보다 두 노치 낮다. 롯데케미칼의 실제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서 AA+를 기록했다.

BIR은 채권수익률이나 스프레드를 신용등급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원리금의 상환가능성과 발행자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평가가 유가증권 수익률과 스프레드에 반영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실제 신용등급을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즉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라도 실제 시장에서 회사채는 AA-급으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그나마도 BIR이 회복된 편이다. KIS자산평가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의 BIR은 1분기 말 AAA에서 A+로 급전직하했다. 불과 7영업일 만에 네 노치가 떨어졌다. 그러다 6월 말 들어서야 BIR이 AA급을 회복했다.

이런 기조는 다른 채권평가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자산평가에서도 2분기 롯데케미칼의 BIR이 A+까지 떨어졌었다. 나이스P&I에서는 A급까지 떨어지진 않았지만 1분기 말 BIR이 AA-로 떨어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2월 말 공모 회사채 발행에 고전하면서 개별민평금리가 치솟은 탓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당시 만기구조를 3년, 5년, 10년물로 구성해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기준금리 인상기조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에 10년물은 미매각을 냈고 3년물과 5년물의 낙찰금리도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에 형성됐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개별민평금리는 2월 말을 전후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AA+ 등급민평금리를 밑돌았지만 이후부터는 등급민평을 한참 웃도는 수준에 개별민평이 형성됐다.

8월 공모채를 한 차례 더 발행했지만 개별민평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2·3·5년물 등으로 만기구조를 비교적 단기화해 공모채 발행에 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집수량은 채웠어도 했지만 증액발행 등을 단행하면서 모든 만기구조의 낙찰금리가 개별민평금리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개별민평금리는 AA-등급 민평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14일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의 3년물 개별민평은 5.511%지만 AA-급 등급민평은 5.419%다. AA-보다 A+ 등급민평과 격차가 더 좁다. 금리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A급 회사채 취급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적 부진에 투자부담까지, 신용도 ‘흔들’

문제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가 당분간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실적 부진에 투자부담까지 겪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 위기마저 제기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0월 11일 롯데케미칼을 AA+/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금감시 대상(와치리스트)에 등재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달 10일 등급 전망을 ‘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좀더 두고 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신용도 하향 압력이 높아졌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경기 둔화와 시장구조 변화로 수익성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대규모 신증설 투자가 계속될 예정임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AA+에 부합하는 재무지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3636억원을 냈다. 이익창출력은 약해졌지만 돈 쓸 곳은 늘었다. 당장 일진머티리얼즈 지분을 인수하는 데 2조7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NCC, 롯데GS화학,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등 설비투자를 2~3년 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차입부담이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이 1조402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진행해왔지만 올 들어 이런 기조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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